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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인공지능 챗봇과 의사결정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02-16 17:45:58

요즘, 전 인류가 대화 생성형(Generative) 검색 플랫폼 때문에 놀라고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오픈 에이아이(Open AI)가 작년 말 출시한 인공지능(AI) 챗봇인 GPT-3.5 버전이 그 경이로움의 중심에 있다. 기존의 검색 엔진과는 달리 GPT-3.5는 사용자와 대화형으로 전문적 내용부터 에세이까지 사람이 쓰는 것보다 더 빨리 척척 써준다. 거기에 사용자가 완고하게 우기면 그에게 아부형 응답을 하면서 기분까지 맞출 줄 아는 눈치도 있다. 2018년부터 계속 성능 향상한 현재의 버전은 서비스 개시 두 달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의 뇌와 신경세포 뉴런에 있는 시냅스(Synapse)는 정보 전달과 처리 그리고 기억 등 일련의 작용을 한다. 인공지능에서 시냅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단위를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라 하는데 GPT-3.5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으며, 곧 출시될 GPT-4.0 버전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오디오 등의 데이터를 100조 개의 파라미터로 처리하면서 성능을 급상승시킬 것이라 한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거기에 부속된 시냅스가 수 백조 개라 하는데, GPT-4.0 버전에 수 백조 개의 파라미터가 있다면 이는 거의 인간 뇌와 맞먹는 구조인 셈이다. 4.0 버전이 생성하는 대화, 문서, 그림, 음악 등은 인간이 만든 것들과 구별 안되는 즉,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를 구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로 나타날지는 미쳐 몰랐다. 갑자기 다가온 대화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은 그의 순발력과 임기응변으로 이용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호기심에 그것을 처음 사용하는 유명인들은 자신에 대해 챗봇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던진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또한 그랬다. 챗봇에게 그의 저서 출간 10주년 기념 서문을 쓰라고 요청했더니 자신의 생각과 거의 일치한 글이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 하다는 점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 중국의 바이두(百度), 한국의 네이버 등이 경쟁적으로 감성대화까지 가능한 더 진보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걱정스러운 부작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요구한 리포트와 논문을 챗봇이 써준 대로 제출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미국 일부에서는 학교 내에서 챗봇과의 접속을 금지했다. 하나라도 더 배워 그것을 머리 속에 지식으로 축적하겠다는 지적 호기심과 열의는 식어가고, 지식은 단지 챗봇이 제공하는 하찮은 것으로 점점 전락할 것이다. GPT 챗봇의 개발자까지도 그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챗봇 등 인공지능이 생성,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은 그 취득의 편리성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허위정보 유포, 혐오 조장, 저작권 침해 그리고 편향으로 인한 오해 조장 등의 위험성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다. 인공지능 챗봇 등 인터넷 상의 정보와 지식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지적능력의 그릇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진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누구에게나 균등하지만 그것을 받는 양은 각자의 그릇에 따라 다른 것과 같다. 즉, 지적 능력이 있는 이용자에게 인터넷상의 정보와 지식은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 반면, 그것들의 진위나 가치를 평가하고 분별할 자산이 없는 개인에게는 의사결정 능력의 혼선과 지장을 주어 오히려 위험한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맞춤형이며 대화형으로 쉽게 얻는 정보와 리포트는 기업과 경영자의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업의 의사결정은 “기업이 목표 달성을 위한 경영활동 중에 당면하는 기회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둘 이상의 대안(Alternative)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의식적 과정”이라고 경영학 원론에서 정의된다. 기업 경영 그 자체가 연속된 의사결정의 진행이다.

 

의사결정의 유형을 크게 나눈다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관리 업무에서 하는 정형적(定型的) 의사결정과,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발성 전략이나 해결방안 결정 등을 하는 비정형적(非定型的) 의사결정이 있다. 기업가나 최고 경영자는 비 정형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에서 머뭇거리고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 보급 이전에 기업가나 최고 경영자는 주로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하여 의사결정 하였다.

 

중요한 전략이나 심각한 문제에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그런 의사결정이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고 관행으로 굳어진 기업문화에서는 점차 그것은 ‘집단사고(Groupthink)’로 변이 되었다. ‘집단사고’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구성원의 합리적인 비평이나 주장이 반영되지 않고 획일적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이는 응집력이 강한 동질적 집단, 획일적이고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지배하는 조직,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집단적 환상에 젖은 조직 등에서 흔히 나타난다. 과거 몇 십년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의사결정에서 그리고 광우병 파동이나 탄핵 정국 등에서 종종 이런 집단사고가 나타났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인간의 두뇌는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인지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 예로는 개인의 호불호, 관성, 프레임, 신념, 즉각적 만족, 선택적 자각, 고정 또는 반복 성향, 자기 중심적 사고 등이 있는데, 이들이 의사결정의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 두뇌의 그런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이나 직관 그리고 집단사고가 아닌 현대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의사결정 기법이 나왔다. 그것이 데이터 주도형(Data-driven) 의사결정이고 거기서 더 진보된 것이 인공지능 주도형(AI-driven) 의사결정이다. 기업의 전사적 IT 시스템이 엄격한 데이터 프로세싱을 통해 압축한 정보를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위해 제공하고, 또 인간의 인지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좀 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공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약 80~90%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GPT 등 여러가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이 출시되어 당분간은 검색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는 얼마 가지 않아 곧 서열이 정해질 것이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검색시장에서 독과점적 우위를 점할 인공지능에 대해 평가하고, 그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능력을 인간이 스스로 가져야 한다. 현재의 기성 세대가 스마트폰 때문에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능력이 점차 쇠퇴하였듯이, 젊은 세대의 뇌가 인공지능 챗봇의 남용으로 인해 스스로 학습하고 기억하려는 습관과 능력이 점점 약해져서는 안된다.

 

인공지능 챗봇이 제공하는 정보와 리포트에 광기 어린 집착과 의존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것이 만연된다면 인공지능 챗봇은 과거 대기업의 카리스마 리더처럼 집단사고를 유발할 빅브라더(Big Brother)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도 젊은 세대를 가르쳤지만 그들의 학문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보고 “젊은 후학들은 가히 두려워할 만하다”라며 “후생가외(後生可畏)”라 말했다.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 챗봇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가르친 것이지만, 기억, 분석, 종합 능력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니 가히 경외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하물며 그들이 인간의 편향을 더 조장하고 의사결정의 오류를 야기할 수 있으니 가히 두려워 할 만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류와 같이 갈 것이다. 인공지능은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집단사고를 유발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의 진위를 가려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지적, 창의적, 비판적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동시에 인공지능을 보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인공지능 챗봇과 의사결정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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