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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식인주의 리더십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8-27 17:22:53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식인주의 리더십

 

브라질에서 백인 남녀가 결혼했다. 1년 후 그들은 검은 피부의 애기를 낳았는데 누구도 아이피부색으로 얘기 나누는 사람이 없다. 왜 일까? 외관상 백인 몸 속에 잠복하던 흑인 DNA 가 표출된 것일 뿐이다.

브라질 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는 인종의 용광로이다. 콜롬부스가 중남미를 발견한 후 지난 5세기 동안 수많은 인종이 뒤섞이는 가운데 그들의 문화 또한 큰 용광로 속에서 서로 녹아 내렸다. 남미 최대의 도시 상파울루가 위치한 브라질은 더욱 그렇다. 토착민 인디오, 아프리카계 흑인, 아시안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까지 모두 어우러져 살다 보니 독특한 문화가 생겨나고 다양성(Diversity)은 존중된다.

다양성, 즉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그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소화해서 브라질만의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보자는 노력이 지난 세기부터 있었다. 다양성은 겉으로 보기엔 혼란스럽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다.

상파울루 다운타운 옆에 봉헤찌로라는 코리아 타운이 있다. 그 안에 약 인구 4만의 한인들은 의류 도소매업에 주로 종사한다. 브라질에 흔한 권총 강도가 한인 가게에 침입했다. 강도가 총을 들고 위험하게도 서두른다. 일 년에 한 두번씩은 강도를 당해본 주인은 노련하고 점잖게 한마디 한다. “신고는 안 할 테니 흥분하지 말고 진정하게. 돈은 거기 금고 안에 있네.”

돈을 챙겨 나가려는 강도에게 한 마디 더한다. “내일 세금 내야 하니 그 정도는 남기고 가게나”. 다양성의 극단적인 예이다. 필자도 브라질에서 사는 동안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 다 털렸지만 경찰에 신고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도 그렇게 먹고 살아야 하니까.

거기 코리아 타운에는 유명한 문화 명소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오스바우두 안드라지 (Oswald Andrade; 1890~1954) 문화센터이다. 작가이며 브라질 모더니즘의 창시자인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 그는 1928년에 무시무시한 발표를 했다. 이른바 식인(食人)주의 선언( Manifesto Antropófago)이다.

사람 잡아먹자는 식인주의는 아니지만 개념은 거기에서 나왔다. 중남미 문학의 대가 장재준 교수는 그의 저서 [대체불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식인주의의 단초가 된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16세기 브라질에 파견된 초대 카톨릭 주교가 원주민들을 미개인으로 보고 학대했다. 이에 포르투갈 본국은 그를 소환했다. 귀임 중 배가 난파당해 브라질 북동부 해안에서 그는 원주민들에게 발견돼 잡혀 먹혔다. 그 뒤 유럽인들은 원주민을 미개를 넘어 식인종이라 인식하게 되었다.

오스바우두 안드라지는 그런 유럽인의 인식에 저항하지 않고, 역설적으로 “그래, 우리는 (나쁜 주교를 먹어 치웠던) 식인종이니 서구의 모든 문화를 게걸스럽게 다 먹고 소화하여 새로운 우리 것을 만들자”라는 식인주의로 자신감을 표현해낸 것이다.

당시 브라질에는 유럽, 미국 문화가 걸러지지 않고 침투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웠다. 식인주의는 여러 분야에서 ‘브라질다운 독특한 모습’으로 구현되었다. ‘이빠네마의 소녀’로 유명한 안토니오 카롤로스 조빙의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 그후의 열대주의(Tropicalism) 음악, 화가 타르실라 두 아마라우(Tarsila do Amaral)의 식인주의 미술 등이다. 그리고 일부 학자는 펠레, 호나우두, 네이마르에 이어지는 현란한 개인기로 혼을 빼는 브라질 축구 또한 체력 중심의 영국 축구에 대조되는 식인주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전쟁, 화산, 태풍 그리고 지진이 없는 나라 브라질은 참 살기 좋은 나라이다. 비록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 지도자들 덕분에 나라가 시끄럽지만 안에서 자세히 보면 식인주의와 다양성은 브라질을 지탱하는 힘이다.

브라질 토종 기업이나 외국에서 온 다국적 기업에게도 다양성의 포용은 조직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인종, 성별, 종교, 신체적 장애 그리고 성 소수자들은 차별없이 누구나 능력 위주로 대우 받는다. 기업은 스스로 그런직원들의 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여 취업 기회를 보장한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속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식인주의 정신과 다양성에 그 답이 있다. 제 각각 다른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진 지구촌 사업장 곳곳의 임직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그들의 공통된 사고와 행동 기준이 되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제시해야 하는 데 그 힌트는 식인주의이다. 식인주의처럼 포용하고, 소화하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리더십이다. 그것은 최소한 각 기업의 핵심가치(Core Value)를 공유하는 기초 위에 창출되어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매경경원지원본부 칼럼] 식인주의 리더십 - 매일경제(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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