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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신화적 내러티브 만들기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8-27 17:30:44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신화적 내러티브 만들기

 

30여년 전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한 유명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연설문을 기안하고 홍보 전략을 짜는 일로 잠시 선거 캠프에서 일하게 됐다. 그 후보는 유세장에서 필자가 기안한 원고를 거의 읽지 않았다. 즉흥 연설로 청중을 울고 웃게 하는 그만의 특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워낙 유명인이라 홍보는 필요 없었고, 그보다는 경쟁 후보들에게 불리한 ‘입소문’ 거리를 캐치하여 운동원들로 하여금 퍼트리게 하는 네거티브 작전이 필요했다. “OOO 후보는 뭐가 나쁘다” 라는 등 ‘카더라’ 통신을 운동원들에게 알려 주면, 그들은 짝을 지어 거리에 나가 택시를 탄다. 택시 안에서 둘이 ‘입소문’을 연극 대사처럼 감정을 넣어 주고 받는다. 그러면 그 대화를 엿들은 택시 운전사가 바로 더 쇼킹하게 확대 재생산하여 전파해 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런 소문(스토리) 전파(텔링)를 무슨 고상한 마케팅 용어인 양 ‘MTM (Mouth To Mouth)’이라고 불렀다.

사실이든 헛소문이든 외부로 전달하는 데에는 스토리를 곁들이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합성어가 생겨났고,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대세이다. 취준생의 자기소개서에도 스토리텔링이 권장되고, 각종 매체의 짧은 홍보물도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과 주변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그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예일대 교수인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가 이 점을 인정하고, 대중성 있는 스토리텔링, 특히 경제 입소문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여 '내러티브 경제학; Narrative Economics' 이라는 책을 냈다.

경제를 공부하다 보면, 항상 갖는 의구심 내지 불만은 “왜 전통 경제학은 현재의 현상을 충분히 예측하거나 사전에 설명하지는 못하고 뒷북만 칠까”이다. 쉴러 교수는 행동 경제학의 대가로서, 사회 심리학을 전통 경제학에 접목시켜 버블의 형성과 붕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정확히 예측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대중이 공유한 전파력 있는 내러티브를 경제학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경제 내러티브로 설명한 비트 코인의 가치, 주식과 부동산의 버블, 임금-물가의 상승 악순환 등은 상당히 현실감 있고 공감이 간다.

단순한 수요 공급의 법칙만으로는 충분히 납득 안되는 것이 요즘 서울 아파트 가격이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계속 오르는데 수요가 꺾이지 않는 그 저변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이 사는 곳이 곧 당신이다” 그리고 “진실만으로는 잘못된 내러티브를 막을 수 없다” 라는 두 내러티브를 읽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인간이 지어내는 스토리텔링 중 유명한 것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말한 ‘신화’이다. 그는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에서 인류는 인지혁명 이후 서로 모르는 사람들 간에도 협력과 결속이 필요하므로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 중 대중이 믿는 공통의 영속적 이야기 즉 ‘신화’가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 내고 국가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말한다. 민족주의와 미국 독립선언서를 그 예로 들고 있다.

유발 하라리와 쉴러 교수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네러티브 중 오랜 세월 신화로 발전된 것은 조직을 결속시키고, 경제에 관한 것은 판단을 좌우한다” 문제는 가끔 그 경제적 판단이 ‘비이성적 과열’로 빠지는 것이다. 그 원인은 어떤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증폭되거나 왜곡된 내러티브를 퍼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한 내러티브는 ‘바이럴(Viral)’ 이라 한다. 요즘같이 비대면 시대에 뜨는 것이 바이럴 마케팅이다. 지금 생각하면 30년 전의 ‘MTM ’의 유포는 바이럴 마케팅과 비슷하다. 그 때는 ‘택시운전사’를 활용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쉴러 교수는 인터넷 검색엔진,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는 등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법으로 시계열 내러티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경제적 의사 결정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국에 파견된 주재원들은 현지 소비자들의 네러티브를 수집,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수집이 있다면 확산도 있다. 상품과 서비스 외에 어떤 내러티브를 바이럴로 확산시켜야 할까? 이제 글로벌 기업이라면, 조직 결속과 지속 성장을 위해 적어도 ‘신화적 내러티브’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때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매경경원지원본부 칼럼] 신화적 내러티브 만들기 - 매일경제(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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