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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천재와 자본주의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9-24 10:18:15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천재와 자본주의

브라질에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많아 그들의 조국에 관련된 행사도 많다. 이탈리아가 낳은 불세출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거 500주년(2019년)을 기념하여 그들은 천재의 작품을 남미 최대도시 사웅파울로에 가지고 와 전시회를 열었다. 그 규모는 대단했다. 해부도, 그림, 악기, 자전거, 자동차, 크레인, 비행기, 기중기, 대포, 전차 그리고 이상적인 신도시 모형 등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500년의 시간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코덱스(Codex)라 불리는 그의 친필 노트(메모장)이다. 현존하는 그의 노트는 약 7,200장이 있는데 그의 창의성은 코덱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간이 종이에 기록한 것 중에서 가장 놀라운 관찰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평전 작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은 레오나르도를 ‘현실과 공상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창의성을 가진 천재’라고 표현한다. 스케치와 메모가 빽빽한 그의 노트는 단순히 타고 난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 천재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으로, 얼마나 집요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기록했는지를 보여준다. 모나리자 그림을 30년 이상 가지고 다니면서 수정했듯이, 그가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노트도 역시 빈번이 몇 달 전 또는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가 내용이 수정되고 다듬어졌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창의성의 레오나르도를 롤 모델로 삼고 노력하여 사람들로부터 그에 버금가는 21세기의 천재로 인정받는 두 사람이다. 빌 게이츠는 레오나르도의 초상화를 걸어 놓고 그를 닮고자 노력했으며 340억원을 주고 그의 코덱스 36장을 사서 번역하여 교육용으로 공개했다. 레오나르도가 현실과 공상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면,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벽을 허물었다고 비유된다.

단순히 신이 준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재능을 인류를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업적이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진정한 천재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천재는 보통사람들보다 덜 노력한다는 선입관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토마스 에디슨 또한 레오나르도처럼 많은 노트를 남겼다. 그들같은 노력형 천재는 보통사람들과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호기심과 왕성한 창의력이 있고 또 집요하고도 부지런하다.

이렇게 부지런한 천재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더러 게으른 천재도 쓸모는 있다. 1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한스 폰 젝트(Hans Von Seeckt) 장군은 “리더(지휘관)를 네 가지 유형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똑하고 게으른,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청하고 게으른 지휘관)”으로 분류했다. 그 유형 중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를 위기상황에서만 지휘관으로 쓸 만하다고 말했다. 그런 지휘관은 힘들지않게 위기를 타개하는 요령있는 아이디어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1947년 크라이슬러 사장도 미국 상원 청문회 중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게으른 천재는 어려운 일에 봉착해서 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볼 때 자본주의는 최근에 발현된 것인 만큼 아직은 불완전 상태임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상위 1% 부유층이 전체 사업지분의 61% 차지한다는 등, 부의 편중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거기에다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빈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플랫폼 경제의 급격한 발전에서도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더 빠르게 노출되고 있다. 그런 ‘경제적 불합리’를 이유로 들어 이젠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하여 위기상황이라고 몰아 부치는 학자와 정치인들이 나타났다.

기업들은 그런 위기상황을 ESG 경영을 통해 개선하고자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위의 학자나 정치인들은 이 참에 자본주의 체제를 아예 근본적으로 수술하려는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라는 기치 아래 ‘생산의 사회화와 민간기업의 공공화’ 등이 그 핵심인데 모두 자본주의의 본거지 미국에서 나온 주장이다.

기업은 이런 주장들이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천재’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인지 여부를 긴장해서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그것들이 ‘게으른 천재’들의 위기 타개용 일시적 대안인지, 아니면 ‘부지런한 천재’들이 심사숙고해서 제시한 인류를 위한 혁신적인 창조인지를 기업도 스스로도 검증해야 한다. 삶의 기본인 경제시스템에서 더 이상의 임상실험은 없어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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