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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헤르메스의 지혜를 기대하며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09-24 10:20:25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헤르메스의 지혜를 기대하며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남미 페루의 마추 핏츄(Machu Picchu)는 해발 2700미터 백두산 높이의 험한 산 정상에 돌로 건설된 공중 도시이다. 아직도 많은 것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잉카 문명의 신비와 과학 수준을 말해 주는 유적이다. 뇌 수술까지 할 정도의 문명을 가진 그들은 마츄 핏츄에 내진 구조의 건물과 신전 그리고 수로와 농경지까지 갖춘 자족 도시를 건설했다.

‘그들은 왜 산꼭대기에 도시를 세웠고, 왜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잉카 제국의 역사를 읽었다. 읽다 보면 황금에 눈먼 정복자들의 잔인함에 분노를, 그리고 처참이 당한 원주민들에 대한 동정심이 함께 일어 감정의 소모가 일어난다. 잉카의 마지막 왕은 8만명의 군사를 가졌지만, 고작 160여명의 군사를 가진 피사로(Francisco Pizarro)에게 붙잡혀 제국은 멸망하였고(1533년), 엄청난 양의 황금을 갈취 당했다.

스페인 군이 가져온 말은 무적의 탱크였다. 잉카인들은 그렇게 큰 동물은 본 적이 없어 공포감에 휩싸인 채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총, 균, 쇠’의 저자)가 말한대로, 면역력이 없던 잉카인들은 그들이 전파한 유행병에 거의 몰살되었다.

잉카에는 소, 말 그리고 바퀴가 없었다. 금은 많았지만 철제 무기가 없었고, 소, 말이 없기에 바퀴 또한 없었다. 그들의 문명 수준을 고려하면 왜 바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추측은 간다.

바퀴는 문명, 문화의 발달 척도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트로이 목마에도 바퀴는 있었다. 공자는 수레 바퀴에 책을 가득 싣고 천하를 주유하며 이상을 펼쳤고, 석가모니는 득도 후 진리의 바퀴(법륜; 法輪)를 돌렸다. 약 30년 전 방향 회전이 안되는 여행용 가방과 지금의 360도 자유자재로 방향을 트는 가방을 비교해 볼 때 아직도 바퀴는 진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안데스 산맥의 높고 험난한 지형에 위치한 잉카 제국은 고도로 발달된 네트워크 국가였다. 잉카의 길은 실크 로드나 로마의 길에 버금가는 도로망으로서 그 총 연장은 5만 km를 넘는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의 역참(驛站)과 같이 숙식을 제공하는 다기능 환승역 탐보(Tambo)가 20~30km 마다 있었다.

그 탐보와 탐보 사이를 시속 15~20km로 단숨에 주파하여 물건과 결승(매듭)문자 메세지를 전달하던 전령(傳令)을 챠스키(Chasqui)라 했다. 즉, 제국은 잉카의 길을 달리는 젊은 건각 챠스키가 연결한 네트워크 사회였다. 챠스키의 상징은 꼬깔 모자와 야마 가죽으로 만든 샌들, 소라 나팔 그리고 지팡이였다. 바퀴 보다도 더 빠르게 산 비탈을 달리던 챠스키가 있었기에 잉카인들은 바퀴의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챠스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령 헤르메스를 연상시킨다. 제우스의 사생아이지만 영민함과 달변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전령의 신이면서 또한 연설, 여행, 상업, 도둑의 수호신이다. 그 외모 또한 챠스키와 비슷하다. 젊은 남자이고 발에는 날개 달린 샌들(페타수스: Petasus), 머리에도 날개 달린 모자(탈라리아: Talaria) 그리고 손에는 두 마리의 뱀이 있는 지팡이(케리케이온: Kerykeion)를 들고 다녔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 마자 아폴론의 소를 훔쳤고 그것이 아버지 제우스한테 발각되었지만 결국은 달변과 협상으로 그 소들을 다시 손에 넣었다. 그래서 그는 현대에 와서 전령의 신을 넘어 교역, 협상, 상업, 여행 그리고 감언이설과 도둑의 수호신으로서 은근히 각광 받고 있다.

그의 마스코트인 뱀 지팡이는 여러 나라의 재무부나 세관의 엠블럼으로 쓰이고 있다. 여행용 가방에 최초로 지퍼를 달아 선풍적 인기를 끈 프랑스의 에르메스 가문은 그 이름 자체로 명품 브랜드가 되었고, 날개 달린 신발은 미국 타이어 제조사의 엠블럼이며, 날개 달린 모자는 신망 받는 인터넷 포털의 상징이다.

챠스키나 헤르메스는 공히 현실과 신화 속의 가장 이상적인 정보 전달자였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전달자로서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로 출범했던 국내외 포털 기업들은 이제 헤르메스처럼 단순한 전령에서 벗어나, 업무 수행 중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업의 신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방대한 양의 정보라는 무기를 가진 헤르메스에게 힘없이 무너지는 잉카의 원주민 같은 소기업이나 자영업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거대한 포털과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인 사업으로 계속 성장해야 한다. 기존 영세 사업의 통합은 혁신이라 보기 어렵다.

포털 기업들도 다양한 상생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글로벌 디지털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정보 제공자로서 성장을 주도하면서, 미래에도 지혜로운 헤르메스의 이미지로 지속적인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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