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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상생은 조화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10-14 00:28:11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상생은 조화!

학창 시절의 기억으로 가을의 전령은 단연코 코스모스이다. 2학기 개학을 하면 등, 하교 길 신작로에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하여, 파란 하늘의 9월 말이면 청량한 가을 바람에 살랑살랑 너울대던 빨강, 분홍 그리고 흰색의 단출한 색동 저고리 같은 꽃이다. 키가 크고 허리가 하늘하늘하여 가냘프고 청초한 이미지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다정다감하게 길가에서 반겨 주니 더욱 좋았다.

코스모스를 구경하기 힘든 더운 나라에서 20년을 넘게 살다가 귀국하여 더위가 한참인 여름에 키 작은 코스모스를 보았다. 계절을 망각하여 키가 다 크기도 전에 성급하게 핀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9월이 와도 코스모스는 약 40센티미터에서 낮게 핀 채 도로변의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올려보며 서있다. 예전의 그 청초한 이미지는 어디에 떨구었는가? 왜성종(矮性種) 코스모스이다. 사람의 필요에 따라 키가 작아진 즉, ‘선택되어 개량된’ 코스모스이다.

옛날의 키 큰 코스모스는 도로변에서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위험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코스모스에 가려 어린이가 교통사고 당하는 사례도 생겼다. 이런 이유로 코스모스의 키는 품종개량(Selective Breeding)을 통해 작아졌다.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론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종자만 살아 남고, 생물 또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기대에 부응하여 진화한다. 생물 스스로 주어진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자 진화하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론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개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는 늑대에서 진화된것이 증명되었다. 야생늑대 중의 일부는 스스로 사냥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인류에게 친숙해져 같이 생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것을 알아내고 인류에게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길들여지면서 유전적변이를 능동적으로 일으켜 인간의 필요에 맞게 진화하여 애완견을 넘어 반려견의 지위로 높이 상승하였다.

브라질의 한 자동차 판매점은 매일 쇼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던 배고픈 유기견을 입양하여 사원증까지 발급해 목에 걸어 주었다. 곧 그 개가 직원처럼 일한다는 흥미로운 기사로 지난해 SNS상에서 관심을 받았다. 개는 고객이 쇼룸에 들어오면 꼬리로 반기며 차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고객의 반려견을 맞아 같이 놀아준다. 유기견이라는 처량한 신세를 겪어 본 자의 의지적 인위선택이다. 그는 무엇이 상생(相生)의 길인가를 경험으로 알아 낸 것이다.

요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그 의미가 확대되어 가장 흔하게 듣지만, 꼭 필요한 말이 ‘상생’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주어도 상생이라 하고, 기업이 당연히 줄 납품대를 추석 전 조금 일찍 지불해도 상생이라 하고, 은행이 중소기업에 이자 다 받고 돈을 빌려줘도 상생이라 하며, 저소득층에 온정의 물품을 기부해도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포장된다.

상생의 사전적 의미는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 즉,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의 오행(五行)이 상호작용을 하여 우주의 조화를 유지한다는”는 의미로, 핵심은 ‘조화’이다.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 토생금(土生金) 이라는 오행 상호간의 연결관계를 압축, 표현한 한자의 해석과정에서 조화와 화합의 의미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있음과 없음이 서로 조화와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분법적으로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미리 구분하고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주거나 살리는 것을 상생으로 이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생은 생물학적 공존이나 공생보다도 더 확대된 개념이므로, 적극적인 상호 작용과 조화롭게 동반성장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사용되어야 한다. 인연(因緣)이라는 말의 의미가 평가절하되어 범용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원래의 의미와 상생은 비슷하다. 인(因)이라는 주어진 씨앗이 있으면, 연(緣)이라는 사람의 의지로 햇빛과 물을 주어 성장시켜, 과(果)라는 열매를 맺게하는 일련의 상호작용이 인연이고 상생이다.

어제 한 대학생의 멘토(Mentor)로 비대면 면담을 했다. 그 학생은 4차 산업혁명, 특히 자동차나 로봇 등 모빌리티(Mobility) 산업과 자신의 전공인 건축을 어떻게 접목시켜 상생해야 할지를 깊이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 훌륭한 선제적 대응이다. 모빌리티라는 동(動)과 건축물이라는 정(靜)을 어떻게 조화시켜 상생하게 할 것인가를 모색하려는 그의 태도와 발상에 찬사를 보낸다.

모든 대학들이 현재 첨단 산업 동향이 요구하는 기술과 학문을 이미 그들의 커리큘럼과 교육 시스템 안에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기술 진보에 보조를 맞추며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대학과 산업의 상생적 산학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급속한 발전으로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가 물러날 시간표가 이미 정해져 발표되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전기자동차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그 부품은 60% 밖에 안된다. 많은 부품업체와 카센터들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처럼 좌불안석이다. 이 점에서 부품업체와 완성차 메이커간의 상생 또한 시대적 요구이다.


이제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상황에서 살아 남으려면 주어진 환경에 순응만 하는 즉, 느리고 수동적인 ‘자연 선택’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유전적 변이까지 각오하고, 코스모스처럼 인위선택적 품종개량을 해서라도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신속하고도 조화롭게 상생의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상생은 조화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0/93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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