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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모빌리티 세계에는 '붉은 여왕의 법칙'이 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4-27 09:52:22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모빌리티 세계에는 '붉은 여왕의 법칙'이 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하늘에는 비행기가 촘촘히 떠있고 실제 운항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북한 지도 위에는 비행기가 하나도 없다. 그 사이트의 통계를 보면 약 13,000대에서 16,000대의 비행기가 시시각각 하늘에 떠 있다. 비행기 한 대당 평균 7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있다고 추정하면, 지구상 하늘에도 항상 약 100만명의 호모 노마드(Homo Nomad)가 떠 돌아다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이동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항공 모빌리티의 수요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 이전에 항공 모빌리티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코로나 발생 직전 2019년 항공여행이 갑자기 5% 감소하였고 대신 철도여행이 크게 증가하였다. 2018년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북유럽, 영국 및 캐나다까지 확산한 ‘비행기 타지 말기’ 운동의 영향이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 하자’라는 뜻의 ‘Flight Shame’ 운동은 2017년 스웨덴의 한 가수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호응을 얻어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항공기 승객 1인이 1km를 이동하는데 내뿜는 온실가스는 285g으로 버스 여행객의 4배, 기차 여행객의 20배에 해당한다고 유럽환경청(EAA)이 발표하였다. 비행기를 타지 말고 대신 기차를 타고 그것을 SNS에 올리라고 권고하던 이 운동이 한창 퍼지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다.

지상의 자동차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 목표 시한을 앞당겨 2045년까지 달성하겠다면서 내연기관 퇴출과 친환경 자동차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구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하늘의 모빌리티에 대해 항공업계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식물성 지방이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알코올 연료를 기존 항공유에 혼합하여 쓰겠다고 발표했다. 사탕수수는 연료용으로 중남미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성장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종국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경제성과 연소 후 다른 유해물질 배출 여부는 점검해 봐야 할 문제이다. 또 탄소중립을 위해 가까운 거리는 항공노선을 없애서 기차여행을 유도하겠다는 대안도 가지고 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 거리는 항공기 운항을 제한하자는 법안도 나온 적이 있다.

이처럼 모빌리티는 탄소중립이라는 환경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결과, 미래 모빌리티는 다음 3가지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첫 번째는 하이브리드 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Green Car)이고, 두 번째는 ICT 기반 자율주행차 그리고 세 번째로 날아다니는 자동차인 UAM(Urban Air Mobility)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산악 지형 등 일반적 주행이 불가한 험로에서의 모빌리티를 위해 로봇을 이용하는 로보빌리티(Robobility)도 미래 이동수단의 한 방향이다. 네 방향 모두 내연기관보다는 전기 동력을 쓰겠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친환경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늘 있으나, 현실적으로 환경문제의 해법과 경제는 상치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은 이해하기 쉽고 해법은 명확하나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의 이슈이므로 피부에 와 닿으나 그 해법은 복잡하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늘 애매하다. 환경 보호적 모빌리티는 당장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 실천이 어렵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친환경차 보급과 유관 인프라를 확대하는 경제적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친환경 차의 보급과 전기 및 수소 충전소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가 모빌리티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기존의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IT와 통신회사까지 모빌리티 산업에 사운을 걸고 뛰어드는 경제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와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있다. 전 세계 신차 시장의 규모는 연간 8,000만에서 1억 대이고, 총 매출액은 약 2,500조원 상당이다. 자동차업계 1등 기업이라도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0% 내외에 불과하고,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5% 내외로 경쟁이 심해 박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결과 자동차산업이 ‘CASE’화 되면 부가가치 사업이 새로 창출되어 매출액이 늘어난다. ‘CASE’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차량공유(Shared Car) 그리고 전동화(Electrification)의 머리 글자이다. CASE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플랫폼 경제 안으로 들어오면 시장규모는 2,500조에서 7,500조원으로 커진다는 예상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는 구글, 애플, 아마존, 한국에서는 통신회사 및 IT 회사까지 자율주행차 및 UAM(도심항공교통)으로 숨가쁘게 진입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에서 승자의 영업이익율은 기존의 자동차산업이 누리는 한 자리 숫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크다는 것은 이미 애플과 테슬라에서 입증되었다.

공유경제의 활성화와 대중화는 소비자로 하여금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에서 ‘이용’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고, 일회성 판매 대신 회원으로 등록시켜 이용료를 받는 구독경제가 MaaS와 함께 뿌리내릴 것이다. 이미 테슬라와 애플은 자사 매장에서 딜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면서 여러가지 부가서비스를 판매하여 시장 규모를 키워왔다.

정부가 모빌리티를 적극 지원하는 이유는 그것이 교통 혼잡 등 도시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nternational Transport Forum)이 포르투갈 리스본 시에서 시뮬레이션하고 발간한 2016년 보고서이다. 모든 자가용과 버스를 공유차량으로 대체할 경우, 현 모빌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차량 필요 대수와 공공 주차공간은 90% 이상 줄일 수 있어 교통체증이 사라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4%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육성정책의 하나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의 구축이다. 이미 K-UAM 전체 스케줄을 담은 로드맵과 기술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이다. 2025년부터 공공시설을 이용한 부분적 서비스를 개시하고 점차 민간시설로 확대하여 2030년에는 본격적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일정이다. UAM은 소음이 적고 기계, 소재, 밧데리, 건축 그리고 플랫폼까지 그 관련 전후방 산업효과가 막대하므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도 육성할 만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항공안전국은 수직이착륙기(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의 이착륙 장인 버티포트(Vertiport)의 설계규격을 담은 지침서를 이미 발간했고, 미국 기업은 UAM 비행체의 시제품을 개발 완료한 상황이니 우리의 갈 길이 바쁘다.

 

모빌리티에는 산업간 경계가 이미 허물어져서 진입이 자유롭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충분한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모빌리티 사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질주가 기본인 모빌리티 시장에서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영국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하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그보다 두 배로 빨리 달려야 한다”. 이른바 ‘붉은 여왕의 법칙(Red Queen's Law)’이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그대로 적용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모빌리티 세계에는 '붉은 여왕의 법칙'이 있다.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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