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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수소는 윤회한다 !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6-13 14:42:52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수소는 윤회한다 !

 

기원전 7~8 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신통기(神統記)>에서 천지창조 및 신들의 족보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했다. <신통기>에 따르면 “태초에는 카오스(Chaos: 혼돈)만이 존재하였고, 카오스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모든 물질의 원형과 에너지로 충만한 것이며 그것들은 서로 얽혀 있었다”고 한다. 즉, ‘무한한 공간’을 의미하는 카오스에서 만물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었고, ‘대지의 신’ 가이아(Gaia)도 카오스 속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 그 후 가이아는 제우스(Zeus)까지 후손으로 둔 모든 신들의 어머니가 된다.

우주의 탄생은 140억년 전 빅뱅으로 설명되지만 빅뱅 이전의 우주는 과학적으로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그래서 신화(神話)의 카오스가 빅뱅 이전의 우주이지 않을까라고 직감적으로 추정된다. 신화는 어떤 사회를 하나로 묶기 위한 공동체적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만 단순히 취급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오스 상태에서 모든 물질이 인력으로 점차 응집되니, 그 내부는 고밀도, 초고온 상태가 되었다가 종국에는 대폭발(빅뱅)했다. 대폭발의 불덩이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리튬을 만들어 우주의 대부분을 채웠다. 우리 은하에도 수소와 헬륨은 꽉 차 있고, 그것들은 점차 응축되고 자체 중력으로 인해 더 단단히 수축되었다. 그 수축된 내부의 온도는 2,000만 도까지 올라갔고, 그 열로 인해 수소원자는 헬륨원자와 융합하며 거대한 핵반응을 일으켜 열과 빛을 내기 시작한 별이 되었다. 그 별이 45억년 전 탄생한 태양이다. 우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과 빛은 태양 전체 에너지의 5억 분의 1 정도 밖에 안되지만, 지구상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수소는 애초부터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니 우리가 무한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별들이 생성되고 죽어가는 과정은 전 우주에 무수히 많은 항성이 생길 때마다 수 십 억년 동안 반복되었다. 그런 융합과 폭발 그리고 사멸되는 별들의 일생에서 수소와 헬륨 그리고 다른 기본 입자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전체 우주 질량의 4%를 차지하는 나머지 천연 원소가 생성되었다.

우주에서 수소(Hydrogen; 水素)는 가장 가볍고 풍부한 원소로 단순 원자 상태 H로 존재한다. 우주 속 원소 개수의 90%는 수소이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원자 두개가 뭉친 H2라는 분자 상태로 안정되어 있지만, 자연적으로 수소 H2라는 분자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수소분자는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물, 석유, 천연가스, 탄화수소, 알콜 등과 같은 유기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

수소가 포함된 유기 화합물은 파괴되고 분해될 수 있지만, 우주를 채운 수소원자의 수명은 영원하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다. 영속성 있는 수소원자는 수명이 짧고 유한한 물질과 물질 사이를 윤회한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수소는 시원적으로는 우주에서 온 것이니 범아일여(梵我一如), 즉 ‘우주의 근본원리 범(梵)과 개인의 본체 아(我)는 궁극적으로 같다’라는 사상도 유추될 수 있다. 또 내 몸 안의 수소는 과거 언젠가 누군가의 몸에 있었던 것이고, 내가 죽으면 내 몸의 수소는 모두 재활용(Recycling)되어 그 일부는 누군가의 몸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윤회(輪廻)이다. 그리스의 천지창조 신화나 인도의 오랜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 단순한 추측을 넘어 과학적 이론 및 사실과의 연결이 가능해 진다.

수소는 1776년 영국의 과학자 헨리 캐빈디쉬(Henry Cavendish)가 발견했지만 물을 구성하는 분자라는 의미 외에는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11년에 와서야 독일의 카를 보슈(Carl Bosch)가 수소와 질소를 가지고 비료를 만들게 되자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그 후 1973년 이후 오일 쇼크와 환경 오염 이슈가 등장하면서 무공해 에너지원으로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것이다. 연소의 부산물은 물 밖에 없으니 공해 문제도 없다. 다만 기체 상태의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부피가 커서 저장과 안전 수송에 리스크가 있다. 이 부분은 지속적 연구의 대상이다. 수소를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수송 효율성은 높아지나 영하 253도 이하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가 있다.

수소를 에너지화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연료전지에 넣어 그 안에서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수소를 가솔린처럼 직접 연소시켜 동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연료전지를 통한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그 에너지 효율성이 반으로 떨어진다. 흔히 수소자동차라 하면 ‘연료전지로 얻은 전기로 움직이는 차’를 의미하므로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라 부른다. 현재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비싼 이유는 연료전지의 원가가 자동차 총 원가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40%가 촉매 가격이기 때문이다. 촉매는 백금 등 값비싼 물질로 만들어 진다.

수소로 석유를 대체하여 석유 중심의 탄소경제에서 벗어나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을 해결하자는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가 2002년 석학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교수에 의해 주창되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연두 교시에서 수소경제 지원정책을 천명했지만, 연료전지의 경제성과 수소의 생산 코스트 등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 때에는 거의 폐기되었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지구상 생명체가 거의 멸종할 수 있다”라는 충격적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2020년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하여 정책적 지원에 들어갔다.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관련 기술개발과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 그 이전에 친환경 수소 생산방법의 시스템화도 필요하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개질(改質)하여 얻는 ‘추출수소’가 대부분이다. 물을 전기분해 하여 얻는 ‘그린(Green) 수소’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추출에 전기가 필요한 만큼, 원자력 발전, 심야의 잉여전력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시스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 Kg당 6,000원 수준인 수소 공급가격을 약 3,000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필수 과제이다.

<신통기>상 대지의 신 가이아가 1978년 영국의 한 과학자에 의해 부활되었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대기권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거대한 유기체인 ‘가이아’라 보는 가설을 세우고 가이아는 자기 조절기능과 복권력을 가진다고 보았다. 그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 대처에서 가이아의 유기체적 능력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가이아 이론’을 주장하였다. 질소, 탄소 그리고 수소의 균형 잡힌 순환은 가이아의 자기조절 기능을 보호하는 기(氣)의 순환이다. 인간의 자원 남용으로 그 균형이 깨지면 가이아는 병이 난다. 가이아는 더 이상 신들의 어머니가 아니다. 인간을 보듬는 커다란 유기적 생명체로 건강하게 존재해야 한다. 이제 다시 태초의 에너지 수소로 되돌아 가야 할 때이다. 수소는 윤회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수소는 윤회한다 !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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