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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양면의 칼, 산소!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6-22 11:07:12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양면의 칼, 산소!

태초에 산소(酸素)는 없었다. 45억년 전 지구가 막 생겼을 때에도 대기 중 산소라는 기체는 없었다. 현재 대기 중 산소의 평균 농도는 20.96%이다.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嫌氣性) 생물을 제외하고, 지구상 모든 생물은 산소 없이는 살 수 없다. 태초에는 없었는데 그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구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되었고, 생물은 산소에 의존하며 한편 그의 독성(毒性)을 받아가며 살게 되었을까?

지구에서 산소를 공급받는 원천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식물의 광합성이다. 엽록소는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이때 부산물인 산소는 대기에 버린다. 최초의 광합성 생물은 약 24~25억년 전에 나타난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 남조류 藍藻類)이고, 그것은 우선 바다에 산소를 공급했다. 바다속이 포화되자 대기 중으로 산소를 뿜어 냈다. 그 산소 중 일부는 대기권에 오존(O3)층을 형성하여 육지의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주었다.

또 하나의 공급원은 태양의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생물의 도움 없이도 바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여 대기 중에 공급하였다. 수소는 아주 가볍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으로는 잡히지 않아 우주로 발산하지만 산소는 중력에 잡혀 대기에 남게 된다. 바다는 산소 75%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서울 지역의 산소농도 평균은 20.8%로 평균 이하이지만, 설악산 숲 속은 21.6%이고, 동해안 바닷가는 21.8%로 산소 공장에 가까울수록 평균 이상으로 높아 몸에 좋다.

이렇게 생성된 산소는 동물과 세균의 호흡 그리고 철과 같은 여러 광물질을 산화 시키는데 99.99% 사용된다. 그리고 그 잉여 0.01%가 몇 십억 년에 걸쳐 대기 중에 축적되어 현재의 산소 농도 20.96%를 달성한 것이다.

광합성 식물에 의해 산소가 생산되기 전에 지구 생물의 주류는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던 혐기성 생물이었다. 이들은 광합성 식물이 등장한 후 그들이 뿜어내는 산소를 피해 호수나 바다의 밑바닥 또는 동물의 장기 등 산소가 희박하거나 없는 환경으로 생존을 위해 숨어 들었다. 그들은 산소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항(抗)산화 작용을 구비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산소는 반응성이 크고 유독한 것이므로 그들에게 산소의 증가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오염 물질의 대 확산이었고 환경 재앙이었다.

다른 생물들은 점차 산소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몸은 산소를 이용한 유기호흡법으로 에너지를 얻는 구조로 진화하였고, 노화와 죽음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活性酸素)의 독성에 대항하는 항(抗) 산화제를 스스로 분비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고대로부터 생물은 산소의 독성을 극복하고 이용하면서 지금까지 진화한 것이다. 특히 산소농도가 높았던 석탄기에 살았던 동식물들은 강력한 항산화 방어수단을 가졌을 것이고, 만일 그 메커니즘을 오늘 날 복사하여 부활시킨다면 인간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느 과학자의 한탄도 있다.

지구 역사에서 대기 중의 산소농도 증가에 따라 생물이 다양하게 출현하였고 크기도 커졌다. 그 증거가 1979년 영국의 한 석탄 광산에서 발견된 잠자리 화석이다. 그 잠자리의 크기는 날개 폭이 50cm이고 약 3억년 전 석탄기에 살았다. 석탄기의 산소농도는 35%였다. 지금의 20.96%로 떨어진 것은 6,500만년 전의 일이고, 공룡의 대 멸종 시기와 일치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1988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되었다. 24억년 전부터 시작한 산소농도 증가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구의 자전주기가 느려지면서 일조량이 많아져 시아노박테리아가 더 많은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생산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최근 나왔다.

현대 산업 및 의료에서 산소의 용도는 다양하다. 각종 화학제품의 생산, 야금(冶金), 금속 용접 및 절단, 로켓 추진제, 산소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처럼 유용한 산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구인가? 산소 발견 전인 18세기까지 물질이 탄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플로지스톤(Phlogiston)이 빛과 열을 내며 격렬하게 빠져나가는 현상이라는 ‘플로지스톤 이론’이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유럽을 지배하고 있었다. 잘 타는 물질은 그 안에 플로지스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었다.

산소는 플로지스톤 이론을 확고하게 신봉하는 두 사람에 의해 실체적으로 발견되었다. 1772년 스웨덴의 화학자 셀레(Sheele Karl Wilhelm), 그리고 1774년 영국의 프리스틀리 (Joseph Priestley) 목사가 각각 자신의 실험에서 최초로 산소를 추출하여 그 존재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플로지스톤 이론의 권위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그 이론에 자신의 발견을 꿰 맞추는 실수를 했다. 다행히 프리스틀리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편지로 써서 당시 프랑스 과학원 회원인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1743~1794)에게 알려 줬다. 라부아지에는 그 실험 결과를 토대로 1778년 “플로지스톤 따위는 없고, 연소는 산소와 결합하면서 일어난다”라는 연소이론을 발표하고, 산소를 ‘신맛’이라는 그리스어 Oxys와 ‘생성한다(Generate)’는 뜻의 Gennao을 합쳐 옥시젠(Oxygen)이라 명명했다.

기존의 강력한 권위에 반기를 든 라부아지에의 연소론은 일종의 혁명과 같아 후세 과학자들은 이를 ‘화학혁명’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도 그와 연소이론을 가지고 대립했던 반대파에 의해 프랑스혁명 와중에 단두대의 이슬로 산화했다. 후일 한 과학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렇게 탄식했다. ”그의 머리를 잘라 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와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은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먹는 피임약을 개발해서 인류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칼 제라시(Carl Djerassi)교수와 19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Roald Hoffmann) 은 공동으로 희극 <산소(Oxygen)>를 집필하여 연극 무대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공연되었다. <산소>는 2001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산소의 최초 발견자’에게 ‘역 노벨 상’을 주기로 결정했는데, 셀레, 프리스틀리 그리고 라부아지에 중 누구에게 줄 것인지에 대해 노벨상 위원들 간의 갑론을박을 다루고 있다. 결론은 라부아지에이지만, <산소>는 판단을 안 내리고 독자에게 맡겼다. 라부아지에가 수상자라면 산소를 최초로 발견한 셀레와 프리스틀리는 억울할 것이고, 같은 논리라면 신대륙을 인도라 생각하고 발견한 콜롬버스 또한 최초 발견자의 명예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권위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산소라는 이름을 준 라부아지에의 용기는 가히 혁명가 답다. 그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인류에 다가와 산소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으로 경제는 점점 어려워진다. 마치 혐기성 생물에게 다가오는 산소같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업가는 불안해 한다. 그러나 궁즉통(窮即通) 이다. 과거 지구상 생물이 독성 산소를 이용하고 항산화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서 생존했듯이,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도 적응하여 생존할 방법은 있다. 혁신적 기업가와 위대한 과학자의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지배적 통념과 매너리즘에 과감히 도전했던 라부아지에 , 찰스 다윈, 갈릴레오 등 위대한 과학자의 용기는 이 시대 기업가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하지를 지나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산소가 부족해지고 독성 가스가 발생한다. 한 여름 대기권의 오존은 우리에게 이롭지만 매연으로 인해 생긴 도시의 오존은 해롭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대기 중 산소의 고갈을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기우(杞憂)이다. 그러나 오존층의 파괴로 하늘에 구멍이 나는 것과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산소는 양면의 칼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양면의 칼, 산소!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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