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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금은 비축 자산, 달러는 아직도 안전 자산?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7-25 17:40:37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금은 비축 자산, 달러는 아직도 안전 자산?

 

1970년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 하숙생(下宿生)으로 고등학교 3년을 다녔다. 당시 학교 주변 하숙집들은 세 등급으로 구분되었고 하숙비도 달랐다. 상급은 쌀 8말, 중급은 7말 그리고 하급은 6말이었다. 하숙비는 쌀 6~8 말을 직접 현물로 내던가 아니면 당일 쌀금을 알아보고 그 시세대로 현금으로 계산하여 지불하던가, 양자택일이었다. 하숙비가 쌀 값에 연동되는 ‘쌀 본위제(本位制)’였던 것이다. 머슴의 새경은 벼 너 댓 가마니였고, 가가호호 방문하던 방물장수의 물건 값은 쌀, 보리로 현물결제가 보통이었다. 원시적 물물교환의 긴 꼬리가 그 때까지 남아 있었다.

쌀, 보리, 대추야자, 직물 등은 금은동의 금속화폐가 나오기 전, 재물과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하던 물품 화폐였다. 중국 황하(黃河) 유역의 고대국가 상(商)나라(은나라)에는 남쪽의 농경어로 민족과 북쪽의 유목 민족 사이를 오가며 물물교환을 중개하는 사람이 많았다. 거기에서 상인(商人)과 상업(商業)이라는 말이 생겼다. 상인들은 물물교환 중개를 위해서 작고 휴대가 간편한 가치표시 수단이 필요했다.

별보배고둥, 다른 이름으로 개오지조개는 그 모양에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매끈하고 단단해서 최적의 가치표시 수단으로 인정됐다. 그래서 경제활동에 관련된 한자(漢字)에는 조개 패(貝)자가 들어가니, 예를 들면 재화(財貨), 매매(賣買), 보석(寶石), 예금(預金), 저금(貯金) 등이다.

또 상인들은 북쪽 거래처인 유목민의 양(羊)에 대해서는 추상적이지만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그래서 그들은 좋은 의미의 글자에는 양(羊) 자를 사용하였다. ‘내가 양처럼 순하다면 옳을 것이다’라는 의미의 옳을 의(義)자를 비롯해서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상서로울 상(祥), 자세할 상(詳) 등이 그 예이다.

중국에서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쓰일 때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난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은 덩어리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그 지역의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귀에는 귀, 눈에는 눈’이라는 동해복수법(同害復讐法)은 귀족 간의 행위에 대한 규정이고, 예외적으로 평민이나 노예에 가한 신체적 손해에 대해서는 은으로 배상하면 끝이었다. 그만큼 은은 보편적 화폐였다.

그 후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튀르키예(터키) 지역에 있던 리디아 왕조에서 최초의 금화가 주조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더스의 손’, 즉 무엇이든 만지면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마이다스 왕이 리디아 사람일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는 그 지역의 강에서 사금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유대인이 숭배하였다는 ‘황금 송아지’를 비롯하여, 금은 성경에서도 400여 차례 언급되니 금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 할 만큼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금에 관련된 수많은 금언(金言)과 금언(禁言)이 있지만, 금은 인류 역사의 시작 때부터 권위와 장식의 소품이며 누구나 갖고 싶은 한없는 욕망의 대상이고, 그 자체로 가치의 척도이며 부를 저장하는 수단이다.

금은 희소성, 불변성 그리고 가공 용이성 때문에 화폐로서 적격이며, 화학 반응성이 없어 공기나 물에 부식되지 않으니 영구 보전이 가능하다. 채금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에 금을 인위적으로 제조하려는 중세 유럽의 연금술은 1,000년 이상 시도 되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연금술의 긍정적인 면은 현대 화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금은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생산된다. 심지어 바닷물에도 미량의 금은 있다. 그러나 그 생산량의 다과는 지역적 편재성(偏在性)이 있어 금을 확보하려는 인간 욕망의 대결 장소는 늘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아메리카 신대륙은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 시작은 크리스토퍼 콜롬버스가 열었다. 그가 신대륙을 찾아 나선 가장 큰 동기는 황금이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금을 소유한 자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영혼을 지옥에서 구해내 천당의 즐거움까지 맛보게 할 수도 있다.” 콜롬버스 이후 스페인의 침략자들은 중남미에서 엄청난 양의 금을 약탈해 왔다. 스페인은 전 세계 금의 75%를 보유할 정도로 넘쳐 났고, 그 금은 이웃 나라로 흘러가 그후 100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신대륙에서 온 금은 즉시 금화로 만들어져 유통되니 날마다 빵 값은 오르는데 금 값은 내린 것이다. 훗날 역사학자들은 이를 ‘가격혁명’이라 불렀다. 그렇게 유럽은 금본위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금을 쌓아 가기 시작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서 현대 과학과 수학의 틀을 마련한 아이작 뉴톤(Issac Newton)은 30년간의 케임브릿지 대학 교수 생활을 접고 친구의 권유로 영국 조폐국 감사로 갔다. 1699년 국장으로 승진하였고 도합 30년을 조폐국에서 일했다. 당시 영국은 금과 은의 복본위제를 시행하고 있었고, 나쁜 사람들은 은화나 금화의 가장자리를 줄로 갉아내고 그 가루를 모아 다시 화폐로 만들었다. 뉴톤은 그것을 방지하고자 금화나 은화의 테두리에 지금의 동전같이 눈금을 총총히 박았다. 그는 위대한 학자였지만 금 가격은 너무 높게, 반대로 은 가격은 너무 낮게 잘못 책정해 그 결과 은이 해외로 많이 유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는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 금화만을 유일한 화폐로 인정하였다. 그것이 100년 뒤 1816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탄생시킨 바탕이 되었고, 각국이 그 뒤를 따라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뉴톤의 화폐 경제적 공적은 만유인력에 의해 사과나무 아래 가려져 있다.

금본위제는 1914년까지 165년 동안 물가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전쟁은 기존의 모든 것을 허물고 리셋팅(Resetting)하는 속성이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군비 조달에 허덕이던 유럽의 강대국에서 금본위제는 허물어졌다.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까지 전세계 금의 4분의 3은 미국으로 몰려왔다. 그런 막대한 금 보유에 힘 받아 미국은 금 1온스(31.1043g)를 35달러에 고정시켜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각국의 통화 가치 즉 환율은 달러에 연계하도록 하는,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를 출범시키니 이는 금-달러 본위제이다. 이 체제하에서 각국이 보유한 달러는 언제든지 금으로 교환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달러는 기축통화의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통해 미국의 금은 줄어들었고 또 재정 및 무역 적자를 메꾸기 위한 달러의 과잉 발행으로 달러와 금의 교환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급기야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못해주겠다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폐기를 선언하였다. 그로부터 달러는 가치가 불안한 불환(不換) 지폐가 되었다. 달러는 발행되면 약 70%가 미국 외의 국제시장으로 유통되어 나간다. 달러가 금의 지급보증에서 빠져나온 지 51년이 넘었지만 이상하게도 아직도 기축통화이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세가지로 분석 가능하다. 달러는 지금도 국제 에너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중동 석유의 결제통화이다. 이른바 ‘석유 본위제’가 아직도 달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번째는 미국에는 제갈공명과 같은 유능한 전략가가 있어 아주 민첩하게 달러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획(猛獲)을 일곱 번 놓아주었다가 여덟 번 잡았다는 칠종팔금(七從八擒)의 전략을 구사하는 연방준비제도(the Fed)가 바로 제갈공명이다. 그는 독립적으로 달러의 양적 완화와 긴축을 필요할 때마다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마직막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아니 버리고 싶어도 대체할 것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금융위기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지만 아무도 그 가치를 보장해 주지 않으니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다. 현재 그 거품은 꺼지고 있다.

요즘 제갈공명(the Fed)의 칠종팔금 솜씨에 다시 달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아무리 ‘미국의 최고 상품은 달러’라 하지만, 금이라는 주춧돌이 없는 사상누각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금과 화폐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이 권위있는 비축자산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해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금은 비축자산, 달러는 아직도 안전자산?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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