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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파란 바다에 파란 역사를 위하여!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8-10 09:28:36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파란 바다에 파란 역사를 위하여!

1666년 이전까지 사람들은 태양에서 나온 빛은 그저 백색 광선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해 아이작 뉴톤(1643~1727)은 태양광은 파장이 다른 여러 개의 연속된 색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프리즘을 통해 증명하였고, 그것은 빛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스펙트럼에서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일곱 색깔로 보이는 띠의 영역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可視光線)이고, 그 파장의 범위는 빨간색 780에서 보라색 380 나노미터(nm) 사이이다. 보라색 380 나노미터보다 더 짧은 파장의 광선은 X선, 자외선, 극 자외선(極紫外線, EUV; Extreme Ultra Violet) 등이 있지만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색깔에는 문화권마다 각각 다른 의미와 상징성 그리고 호불호가 내포되어 있다. ‘파랗게 질리고’, ‘벌겋게 흥분한다’는 말처럼 색상을 포함한 상황 서술은 더욱 가시적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Blue)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갈색(Brown)이라 한다.

파랑은 인도나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적인 신성한 색이다. 비슈누, 크리쉬나 그리고 시바 등 힌두교의 인기있는 신들은 파란 피부이다. 성모 마리아의 옷은 거의 짙은 파란색이다. 유럽에서 파란색 안료는 매우 귀하고 값비싼 것이었기 때문에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에는 파란색이 거의 없었다. 르네상스 이후 파란색 안료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수입한 청금석(靑金石, Lapis Lazuli)이라는 준보석을 갈아서 만들었다. 그래서 파란색은 성화(聖畵)에서도 한정적으로 사용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의상 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도 손을 담그면 바로 물들 듯 파랗다. 바닷물을 손으로 떠보면 투명한 백색이지만 왜 파랗게 보이는지는 뉴톤 덕분에 설명이 된다. 태양광이 바다에 닿으면 파장이 긴 빨간색 계열은 물에 흡수되어 깊이 들어가 버린다. 그러나 파란색은 물분자에 부딪혀 산란되니 우리 눈에 들어오고, 깊은 바다일수록 더욱 파랗다. 그래서 블루 오션(Blue Ocean) 이다.

시장을 파랑과 빨간색의 두가지 바다로 비유해서 유명해진 두 경영학자가 있다. 2005년 최고의 경영서로 꼽히는 <블루오션 전략>의 공동 저자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 교수이다. 그들은 경쟁자가 많은 기존의 피 튀기는 시장이 레드오션(Red Ocean)이고, 혁신을 통해 들어간 경쟁이 없는 시장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 불렀다. 현재 블루오션에서 유유히 헤엄 치는 반도체 업계의 최고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이다. 그 회사는 극 자외선(EUV)을 사용하여 웨이퍼에 나노미터의 아주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장비를 생산하는 데, 독점적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반도체 생태계의 ‘슈퍼 을’이다.

그 책은 과거 100년의 데이터와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등을 분석한 다년간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블루오션으로 진입하기 위한 여러가지 경영전략을 제시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의 경영자에게 그 실행은 늘 어려운 문제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와 저비용의 혁신 상품으로 무장하여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 경쟁자가 오기 전에 그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혁신적 상품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여 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든 역사를 자랑한다. 삼성, 현대, LG와 그 관련회사(Supply Chain)들의 인도, 동남아, 유럽 그리고 미국으로의 동반진출 성공 사례가 그것이다. 이들의 블루오션 성공은 대부분 현지에 생산 및 판매 베이스를 구축하고, 자본, 기술 그리고 인력을 직접 투여하며 경영하는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해외직접투자)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 참가 없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 FDI에도 두가지 색깔이 있다. 초록색의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와 갈색의 브라운필드 투자(Brownfield Investment)이다. 그린필드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생산공장 또는 판매시설 등을 직접 신축하는 투자이며, 브라운필드는 신속한 생산 및 영업 준비를 하고자 기존의 시설을 매입하여 개, 보수하는 수준의 투자를 의미한다. 생산의 현지화를 통해 블루오션에 진입하려는 전략으로 그린필드 투자를 실행하는 경우, 현지 시장을 장악할 혁신적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 공장 및 판매 시설 입지 선정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3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풍부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있는 지역이다. 공장 가동의 네 가지 요소는 4M이다. 4M이란 기계(Machine), 생산기술(Method), 자재(Material) 그리고 인재(Manpower)를 말한다. 아무리 FDI라지만 생산과 관리 인력은 현지에서 채용할 수밖에 없다. 기계, 생산기술 그리고 자재 등 3M을 최종적으로 다루는 M은 인재이다. 인재확보를 위해서는 배후 도시의 충분한 인구 그리고 우수한 기술 교육기관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둘째, 충분한 사회간접자본 즉 인프라이다. 항구, 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이 가까이 있어 부품 및 제품의 물류가 쉬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 가스, 용수 등 에너지 공급시설도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Local Government)와 지역 커뮤니티가 제시하는 적극적인 인센티브이다. 다국적 기업은 열렬히 환영 받는 곳에 공장을 지어야 각종 인허가 등에서 정부와 커뮤니티의 지원과 협조를 신속하고도 적시에 받을 수 있다. 지방정부(주와 시)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부지 및 그 조성비용의 무상 제공, 소득세 감면, 건물 및 기계 장치 등 고정자산 투자에 대한 취, 등록세 및 보유세 감면, 직업 훈련소(Training Center) 및 교육비 무상 제공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제시된 여러 인센티브를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로 환산한 총액은,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초기투자금액의 20%에서 많게는 80%에 달한다. 그 변동 요인은 고용창출 규모이다. 즉, 지방정부는 FDI 기업이 입주함으로써 창출되는 직, 간접 신규 일자리에서 향후 약 10년 내지 20년간 징수할 소득세를 계산하고 그 만큼 미리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자동차처럼 전후방 관련효과가 큰 산업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 신규 일자리가 2,000개라면 그 4 배인 8,000개를 간접 일자리로 계산한다. 따라서 직, 간접 총 고용창출은 10,000개로 보고 그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계산하여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많은 인센티브를 약속 받으며 미국에 FDI를 실행 또는 계획 중이다. 그 투자는 미국 및 인접 국가를 블루오션화 하려는 기업의 원대하고도 세밀한 계획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선거 및 국제관계를 의식한 연방 및 지방정부 집권자들의 정치적 계산도 그 밑바닥에는 깔려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미국에서 생산공장 입지선정은 위 4가지 요소를 모두 심사숙고한 후의 결정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특정 주나 지역에 편중되었다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는 말라고 했다. 인센티브를 약속한 정권이 교체되었을 경우 그 약속을 끝까지 다 받아 내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해당 지역 노동환경 급변, 지역사회와의 충돌 또는 NGO가 제기할지도 모를 인센티브의 법적 유효성 다툼 등이 미래의 리스크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을 향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FDI는 꼭 성공해서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한다. 역사에도 색깔이 있다. 파란색의 청사(靑史)와 검정색의 흑역사(黑歷史)이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의 대미 투자는 ‘파란 바다의 파란 역사’로 기록되어야 한다. 몇 년 후, 그 투자결정이 기업 경영자에게 숨기고 싶은 ‘흑역사’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한편, 기업은 레드오션에서도 싸워 이기면서 블루오션으로 진출할 기초 체력을 늘 연마하고 있어야 한다. 레드오션에서 이긴 자는 블루오션에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파란 바다에 파란 역사를 위하여!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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