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학의 지각 오류
소프트랜더스 칼럼 시리즈 #86, 조직행동학의 지각 오류
2010년 미국에서 잡지와 매스컴에 자주 보도된 화제의 인물이 있었어요. 뉴욕의 Citi은행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데브라(D. Lorenzana)예요. 그녀는 성적 차별에 의한 해고를 당했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당시 33살의 데브라는 늘씬한 키, 굴곡진 몸매에 타이트한 옷을 입고 출근했어요. 너무 섹시해서(Too hot) 동료 남자들의 정신을 잃게 한다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고 보도됐어요. 그 소송은 중재(Arbitration)로 끝났어요. 그래도 외모가 너무 예쁘고 섹시해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린 우스운 케이스였어요.
반면 워렌 하딩(W. Harding) 같은 사람도 있어요. 정치적 배경이나 실력은 없었어요. 단지 외모가 중후하고 수려하다는 이유로 1920년 미국 대통령에 압도적으로 당선됐어요. 지금도 그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능하다고 평가돼요. 사람들은 당당한 체구와 멋진 외모를 보면 리더십과 업무 능력도 출중하리라고 지레짐작해요. 이것이 후광효과(Halo Effect)에서 나오는 판단 오류예요. 삼국지연의는 경영자에게 이런 점을 봉추 방통(鳳雛 龐統)의 예로 경고해요. 유비는 방통의 추한 외모만 보고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 짐작해서 시골 현감으로 보냈어요. 그가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말을 듣고 장비를 보냈어요. 방통은 껄껄 웃으면서 반나절 만에 밀린 송사를 깔끔하게 처리했어요. 그러자 유비는 그를 불러 중용했어요.
수많은 조직이론은 효율성과 생존을 강조해요. 조직설계론은 전략과 사람 중심의 조직구조를 강조해요. 조직이론과 조직설계를 이해했다면 경영자는 이제 구성원인 자연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해요. 그래야 정확한 의사결정, 동기부여 등 조직 운영에 활용할 수 있어요. 그것이 ‘조직행동학(Organizational Behavior)’이에요. 여기서 자연인은 법인과 대치되는 개념에서 사람을 뜻해요. 과거 경영학은 경제, 회계, 재무, 마케팅 등에만 주된 비중을 두었고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사람은 심리학, 윤리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에서 다뤘어요. 오늘날의 경영학은 ‘조직행동학’이 생산성을 높이는 등 조직 관리와 운영에 중요하다고 보고 중요 부분으로 다뤄요.
조직행동학에서 다루는 첫 번째 분야는 지각(Perception)과 그 오류예요. 불완전한 자연인으로서 조직원이 갖는 지각이에요. 지각은 일련의 인지 과정이에요. 사람이 환경, 현상, 타인 등을 감지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해석, 평가, 판단해요. 그 지각에서 사실과 다르게 인지하는 것이 ‘지각오류’예요. 흔히 생기는 지각오류의 원인과 예방을 위한 경영자의 노력을 간략히 짚어 봐요.
첫째, 위에 말한 후광효과(Halo Effect)예요. 사물이나 사람의 한 면만 보고 전체를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오류예요. 잘생긴 사람이 반드시 리더십이 좋고 능력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서울 관악구 낙성대(落星垈)에서 태어난 강감찬 장군은 원래 문인이에요. 키가 작고 풍채도 없었지만 나라를 구한 고려시대 최고의 무인으로 추앙받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상과 본성을 파악하려는 인류의 오랜 노력이 철학이고 종교예요. 경영자에게는 객관적 시선과 사고가 늘 필요해요. 어떤 사람이 속한 집단만 알고 그 사람을 선입관으로 판단하는 것도 후광효과로 인한 오류예요. 예를 들어 공대생은 문학적 소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이에요.
둘째, 자기 위주의 편향적 사고로 인한 오류예요. 잘되면 내적 요인인 내 능력 덕분이라고 해요. 못되면 외적 요인인 남 탓이나 환경 탓으로 돌려요. 자신 또는 타인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추측해 내는 것을 ‘귀인(歸因)이론(Attribution Theory)’이라 해요. 귀인은 원인의 귀결점이에요. 행위자의 성격, 감정, 능력, 의지 등 내부 요인에서 찾는 ‘내부 귀인’이 있어요. 강요, 환경, 불운 등 외부 요인에서 찾는 ‘외부 귀인’도 있어요.
귀인이 경영학에서 의미 있는 이유가 있어요. 성과에 어떤 귀인을 가지느냐에 따라 동기부여(모티베이션)가 달라져요. 나의 실패가 내부 귀인(능력의 한계)이라면 실망해서 다시 시도하기 어려워져요. 외부 귀인이라고 믿으면 큰 실망 없이 다시 시도하는 동기가 돼요. 다른 예로 영업 담당자가 있어요. 담당자가 한 달 목표 달성의 귀인을 내부, 즉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서 찾는다고 해 봐요. 그러면 다음 달에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요. 또 쉽게 동기 부여가 돼요.
귀인이론은 리더십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리더가 조직원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보고 생각 없이 즉각 비난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부 귀인을 외부 귀인보다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한 번 늦은 부하에게 이유도 묻지 않고 대뜸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이에요. 이때 외부 귀인이 있는지도 묻지 않아요. 리더는 귀인이 내부인지 외부인지 신중히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해요.
셋째,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에 의한 오류예요. 어떤 사건이나 외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이나 입장에만 근거해 인지하는 오류예요. 수평·수직적 조직원이나 외부인과의 관계에서 선택적 지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업무 능력과 리더십도 떨어져요. 이는 세계적 경영사상가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의 연구 결과예요. 1995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책에서 발표했어요. 그 연구는 지능(IQ)과 뛰어난 업무능력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어요.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감성지능(EQ)도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어요.
‘감성지능’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잘 공감하는 능력만 뜻하지 않아요. 감성지능이 높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는 뜻이에요. 자신이 타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도 잘 알아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할 줄 알아요. 그렇게 해서 스스로 동기부여(Self-motivating)가 돼요. 그래서 타인의 감성에 적절히 대처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이어 가는 능력이 있어요. 다니엘 골만은 가장 바람직한 리더가 높은 지능(IQ)과 감성지능을 2대 8로 조합한 사람이라고 주장했어요. 사람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아요. 조직원들의 높은 감성지능은 선택적 지각에 의한 오류를 예방해요.
넷째, 아무런 인과관계나 규칙 없이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믿는 ‘임의적 오류(Randomness Error)’예요. 빨간 넥타이를 맨 날 우연히 중요한 협상이 잘된 적이 있어요. 그 뒤에도 그것을 신의 계시처럼 믿고 계속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임의적 오류예요. 이런 지각 오류의 예방 방법은 과학적, 통계적 사고와 의식적 목표 설정, 그리고 실행 관리예요.
1968년에 나온 ‘목표설정 이론’이 있어요. 이 이론의 배경은 1953년 에일(Yale) 대 졸업반 학생 조사에서 시작돼요. 조사 대상 학생들에게 “삶의 목표가 있느냐”라고 물었어요. 3%는 문서화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고, 10%는 마음속에 있다고 답했어요. 나머지 87%는 아예 목표가 없다고 답했어요. 20년 후인 1973년 그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가 나왔어요. 문서화된 목표를 가진 3%는 최상류층, 마음속 목표를 가진 10%는 상류층이었어요. 목표가 없던 87%는 중·하류층으로 밝혀졌어요. 조직이든 자연인이든 목표가 있어야 한 방향으로 움직여요. 다만 그 목표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붙어요. 가치와 달성 기한이 있고,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실현 가능해야 해요.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지각능력은 한없이 확장되는 듯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그 한계를 넘어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인간은 자신의 능동적 지각 대신 더 많은 타인의 지각을 받고자 해요. 주변에서, 심지어 불특정 다수에게서도 인정(Recognition)과 관심(Attention)을 받으려 애써요. 이미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셀렙(Celebrity)에게 불특정 다수의 관심은 재산이에요.
SNS에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관심을 표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같은 조직의 구성원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감정지능을 발휘하는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특히 리더나 경영자는 그렇게 하면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어요. 경영자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위 4가지 지각오류를 최소화하도록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해요.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너의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네가 그 꽃에 들인 시간”이라고 말했어요. 경영자에게 그의 조직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가 그 조직 구성원의 이해와 동기부여에 할애한 시간 때문이에요.
진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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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LANDERS 고문
5번의 신시장 개척과 신규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았어요(해외25년, 중역 14년 근무). 그 경험과 통찰을 한국 최초의 글로벌 리로케이션 플랫폼 소프트랜더스에서 나누고 있어요.
약력
-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CEO & President
- 기아자동차 인도공장 CAO
- 현대자동차 브라질 법인 CAO
-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법인 CAO, 본사 총무실장
-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법인 대외, 홍보, 법무 담당
-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 대외, 홍보, 법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