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메타버스 올라타기 전에...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 장자(莊子)가 하루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꽃 사이를 즐겁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한참 날아 다니다가 나무 밑에 한 사람이 낮잠을 자고 있어 내려가 자세히 보니 장자 자신이었다. 그때 꿈에서 깬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
2,300년 전 장자가 꾼 이 나비 꿈(호접몽; 胡蝶夢)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그 구분이 점점 애매해지는 상황이 지금 나타나는 곳이 있다. 거기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이다. 이는 가상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우주 즉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코로나 19 이후 갑자기 그 필요성과 유용성이 부상한 메타버스이지만, 아직도 빅뱅처럼 확장과 발전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 정의를 간단하게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인 XR(eXtended Reality)을 핵심으로 하여,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대체불가토큰), 빅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까지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기술을 모두 이용하고 있으므로 ‘디지털 미디어에 융합적으로 구현된 현실과 가상을 초월하는 공유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기업 뿐만 아니라 생각의 틀을 깨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날 무한한 공간의 디지털 경제 플랫폼이다. 그것이 촉진할 혁신은 기존의 인터넷이 가져온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를 훨씬 능가할 것이므로 ‘메타버스 혁명’이라고 표현하는 학자도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 교육, 세미나, 행사, 금융, 설계, 디자인, 제조, 건설, 의료, 광고 마케팅 등과 국방 및 도시 운영 등 공공 부문까지 그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커머스를 포함한 메타버스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5년 537조원에서 2030년에는 1700조원 내지 1 경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19 이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1992년에 나온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쉬(Snow Crash)’에서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 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메타버스’라 명명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소설은 1999년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로 연결되었고, 또 그에 영감 받은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이 2003년에 만든 가상 세계 웹 사이트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가 출시되었으니 그것이 메타버스의 원조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친구도 만나고 사이버 머니로 물건도 사며 다양한 경험을 즐기며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도요다, 델, IBM 등 대기업이 그 곳에 점포를 개설하였고, 선거 때에는 유세장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세컨드라이프의 성공으로 로즈데일은 2006년 타임 지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세컨드라이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밀려 쇠퇴하였고, 그 자리를 하루 4,000만 명이 접속하는 게임 전문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등 새로운 메타버스가 속속 등장하여 채웠다. 언택트 시대의 요청으로 비대면 활동 공간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클라우드 컴퓨팅과 5G(5세대 인터넷)의 보급으로 메타버스는 더욱 진화하였다. 특히 영화 한편을 1초에 전송시킬 수 있는 5G의 상용화는 메타버스의 전파를 더욱 가속시켜 교육계, 법조계, 종교계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까지 확산시키는 데 공헌했다.
메타버스의 여러 유형 중 하나가 ‘거울세계(Mirror World)’이다. 인터넷 상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그 한 예이다. 전 세계를 위성 사진으로 보여주고 일정 주기로 업데이트 해주는 구글 어스는 2006년부터 그들이 준비해 온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구글 어스처럼 현실 공간의 물리적 사물과 지형을 그대로 가상 공간에 재현하는 것을 거울세계 또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이라고 한다. 이 디지털 트윈 기술은 산업 및 도시 계획과 운영에 혁신을 주는 메타버스의 한 유토피아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 자동차회사는 실제 공장과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 공간에 설립하는 이른바 ‘메타팩토리’를 발표하였다.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고 운영함으로써 현실 공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찾아내 예방할 수 있고, 공장 가동의 최적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또한 신제품 개발 시 시제품 생산 및 품질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세종시와 전주시가 가상공간에 실제와 똑 같은 쌍둥이 도시를 구축하고, 거기에서 인구, 안전, 환경, 교통 등 각종 도시 행정을 미리 시험하고 검증하는 등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땅은 역사상 항상 소유를 전제로 한 인간 욕망의 대상이었다. 이제 그 욕망은 메타버스에서도 디지털 트윈과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이용하여 재현되고 있다. 가상토지(Virtual Land)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국내 외 여러 플랫폼에서 매물로 내 놓은 뉴욕, 서울 등의 땅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메타버스에서의 부동산 가격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만큼이나 예측하기 힘들고 그 등락폭이 크다. 할아버지는 땅에서, 아버지는 아파트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을 잘 아는 MZ 세대에게 부는 가상 부동산 투기 열풍은 현실의 ‘영끌’만큼이나 젊은이들의 건전한 가치관을 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다.
메타버스는 인류의 꿈이 창조해 낸 또 다른 생태계이다. 거기에는 상품, 부동산 그리고 금융 거래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메타 커머스가 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있으니, 필연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과 에티켓도 존재하여야 한다. 정부는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서의 범죄를 예방하고 독점적 거대 IT 기업의 횡포를 미리 규제하는 등 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술의 진보가 미래의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이가 있으면 반대로 그것이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메타버스가 완벽한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그것에 올라타기 전 개인 이용자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휴버트 드레이퍼스(Hubert Dreyfus, 1929~2017) 유씨 버클리(UC Berkeley) 철학 교수가 그의 저서 <인터넷의 철학> 마지막 장에서 요약적으로 한 말이다.
“가상 세계 삶에 몰두하는 것은 자신의 현실 세계 삶의 취약성을 회피하려는 하나의 기분 전환일 수도 있다. 최상의 삶을 살고 싶다면 위험과 기분이 있는 현실 세계에서 신체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우선 받아들여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메타버스 올라타기 전에...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