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자율주행 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지구는 약 46억년 전에 탄생하였고, 모든 생명의 조상인 가장 단순한 형태의 원핵세포는 약 38억년 전에 출현했다. 그 후 동물 및 식물세포로 진화하였고, 어류부터 포유류까지 5억에서 2억년 전에 나타났다. 3,500만년 전에 영장류가 출현했고,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약 35만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것으로 최근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2억년 전부터 포유류는 생존하기 위해 계속 진화해왔다. 특히 눈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어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은 서로 다르게 진화했다. 육식동물의 두 눈은 얼굴의 전면에 위치하고 앞을 향하고 있어, 먹이감과의 정확한 거리 측정을 할 수 있는 공격형으로 진화 되었다. 반면 초식 동물의 눈은 머리의 좌우에 위치하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사방을 경계하는 데 적합하도록 방어형으로 진화되었다.

영장류 및 인류는 잡식성이지만 공격형 눈으로 진화했다. 방어에 있어서는 서로 언어 소통하고 연결함으로써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연결된 인간 즉, 호모 커넥투스(Homo Connectus)였기에 슬기로운 호모사피엔스로 진화된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상호 연결과 공격형 눈으로 사냥까지는 할 수 있었으나, 같은 눈을 가진 대형 고양이과 동물처럼 빠르게 질주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빨리 질주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오랜 본능이다.

그 본능은 186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발명으로 실현되었다. 그로부터 단지 160년이 지난 지금, 인류를 위한 마지막 혁명적 진화단계인 4차 산업혁명으로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Driving Vehicle)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조작없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해서 주행하거나 멈추는 차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세계 차량의 25%가, 2040년에는 75%가 자율주행차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자율주행차는 여러가지 첨단 IT 기술이 융합된 바퀴 달린 전자제품이다. 우선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눈이 가장 중요하다. 앞 차와의 거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격형 눈이 필요할 것이고, 주위의 위험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방어형 눈이 필요한데, 그런 기능을 모두 갖춘 고도로 진화한 눈은 무엇일까?

라이다(LIDAR)이다. 라이다는 빛(Light)과 레이다(Radar)의 합성어로서, 전파 대신 빛을 쏘아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받아 거리 등을 측정하고 3차원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이다. 기존의 레이더는 멀리있는 물체를 잘 인식하지만, 라이다는 100m 미만의 가까운 물체를 레이더보다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다만 라이다는 레이더 보다 더 비싸고 비가 오는 경우에 약한 점이 있어 자율주행차에는 이 둘을 모두 장착하여 쓰기도 한다.

운전자의 감각을 대체하는 것으로 라이다와 레이더 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나, GPS, 주행거리 및 관성 측정장치, 각종 경보 시스템, 어드밴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dvanced Smart Cruise Control) 장치와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보조장치에는 센서가 많다. 이 센서들과 카메라 그리고 라이더 등을 통해 수집된 주변정보는 인공지능(AI)이 융합하고 분석한 다음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여 운행 및 돌발상황 대처에 사용한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은 5G라는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즉,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이므로 가능하다.

이렇게 자율주행차에는 인공지능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GM과 BMW는 자동차 운행 정보나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까지 활용하여 서로 공유하며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차의 취약점인 운행 데이터 위, 변조와 해킹을 방지하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과기부 등 정부기관과 민간업체가 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GM이나 구글의 웨이모(Waymo) 등이 라이다를 많이 쓰는데 반해 테슬라는 라이다가 비싸서 안 쓴다. 대신 더 많은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 그리고 카메라에 의존하여 자체적인 인공신경망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이 거리 판단과 사물 인식을 하며 운전하는 방향으로 연구, 개발 중이다.

기존의 자동차업체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인텔 등 IT 업체까지 뛰어든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진행중이지만, 그 완성 즉, 4단계(Level 4)로의 진입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자동차기술자협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는 자율주행차의 기술단계를 영에서 5단계까지로(Level Zero~5) 구분하고 있는데, 현재는 3단계(Level 3)이고, 4단계부터가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차이다.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평상시에는 자율적으로 주행하나, 최종 통제권은 운전자에게 있으므로 위험 상황에서는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Level 4) ‘고도 자동화’ 단계로, 일정지역 내에서 운전 시 위험이나 돌발 상황에서도 탑승자는 일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 4단계 실현이 지연되는 이유는 운전환경이 아직은 너무 복잡하여 어떤 돌발 상황에서 인간의 안전을 기계(인공지능)에게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운전 할 때 약 10초 정도 후의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하는 데, 그것이 안되니 자율주행차의 최대 장점인 ‘안전성’이 아직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의 장점은 많다. 차 안에서의 시간적 여유와 편안한 공간이라는 거주성이 있다. 노인과 어린이도 운전면허증 없이 탈 수 있다는 편의성도 있다. 법규위반, 난폭, 음주 그리고 보복운전 등을 줄여 한 해 평균 100만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안전성이 있지만, 4단계 진입 이전에 사회적 콘센서스(Consensus)로 풀어야 할 법적, 윤리적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이다. 고장 난 트롤리가 질주할 때,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 지의 판단문제이다. 즉, 고속의 자율주행차 앞에 갑자기 5명이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직진하면 그들을 칠 것이고, 방향을 튼다면 탑승자가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해법은 아직 안 나왔다. 트롤리 딜레마에서 최종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고, 순간적이지만 이성적 판단 중추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4단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에 도덕적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자율주행차는 출시되지 말아야 한다. 눈과 자동차는 진화하였지만, 우리 뇌의 이성적 판단 중추와 행복을 느끼는 쾌락중추는 아직 그들 만큼 진화하지 못한 것 같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자율주행 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