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일단 저지르는 에피메테우스와 도전하는 안드로이드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의 공통점은 신과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우스의 명을 받아 ‘미리 생각하는 사람’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와 그의 동생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 에피메테우스(Epimetheus)가 흙과 물로 남자 인간을 만들었다. 자신의 창조물인지라 애정이 높아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뜻에 거역하면서까지 불과 지혜를 인간에게 주었다. 그 덕분에 인간은 여타 피조물보다 더 강해졌고 이제 신처럼 행동하려 한다. 21세기 인간들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완벽한 선견지명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예지력은 있고 또 에피메테우스의 피조물이므로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생각해보자는 속성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래서 과거에 신이 했던 것처럼 인간을 닮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며 스스로 행동할 줄 알고, 인간을 창조주로 섬길 또 다른 인간을 만들고 있다. 바로 안드로이드 로봇(Android Robot)이다.

안드로이드(Android)란 그리스어로 ‘인간을 닮은 것’이란 뜻이고, 로봇(Robot)은 체코어(語)로 노동 또는 농노(農奴)를 의미하는 ‘Robota’에서 나온 단어이니, 안드로이드란 인간을 닮은 로봇을 의미한다. 외모, 표정, 동작 등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한 로봇인데, 쉬운 예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개념의 인간형 로봇으로 ‘휴머노이드(Humanoid)’가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 구조처럼 머리, 몸통, 팔다리 등으로 구성된 로봇으로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인간형 로봇의 총칭이지만 때로는 동물의 형상도 있다. 보통 휴머노이드보다 안드로이드가 외형상 인간에 더 가깝다.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에 대비되는 것이 또 있다. 인간이나 생물체의 일부에 기계장치가 결합된 것을 사이보그(Cyborg)라 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로봇은 아니다. ‘육백만불의 사나이’ 나 ‘로보캅’이 그것이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만화나 영화에서 많이 접한 로봇이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의미로 부각되고 있을까? 2016년 다보스 클럽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의 정의를 내리고, 바로 그 혁명을 주도할 신기술들을 소개하였다. 그 소개방식은 2025년부터 우세하게 실현될 기술을 나열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예시하였다. 빅 데이터에 의한 의사결정, 미국에 자율주행차 비중 10% 돌파, 기업 이사회에 인공지능(AI) 이사 최초 등장, 감사 업무의 30%를 인공지능이 수행, 3D 프린터로 제작된 최초의 자동차 등장 그리고 미국 최초의 로봇 약사 등장 등이다. 이렇게 로봇은 자율주행차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제품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5G 그리고 소재기술 등의 융합 결과이기 때문이다.

로봇을 용도별로 분류한다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산업용 로봇과 오락, 가사, 전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이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자 1만명 당 산업용 로봇의 보급대수는 2020년 기준 932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례로 한국의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철판과 부품을 용접해서 차체를 만드는 공정은 100% 로봇이 수행하고 있다. 이슈는 인간이 가장 많이 접하는 서비스 로봇이다. 의료용, 군사용 등 전문 서비스 로봇보다 가사, 오락용 등 일반 서비스 로봇이 현재는 더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이 서비스 로봇에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융합되어 점차 지능형 로봇으로 발전될 것이다.

로봇공학 또는 로봇과학을 로보틱스(Robotics)라 한다.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는 로보틱스는 환경과 위치를 인식하는 상황판단 기능과 자율적 조작제어와 이동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 정부는 로보틱스의 발전을 위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지능형 로봇 법)’을 제정하였고, 그 법에서 지능형 로봇이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라 정의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그 형태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분류되는데, 최근에는 사람과 대화하고 감성적 몸짓과 함께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이 출시되었으니, 이는 곧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의 대중화와 그에 부수되는 문제들의 현실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지능형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여 진화하고 계속 발전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공지능 로봇은 창조자가 만든 기술을 능가하여 즉, 인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 낼 것이다. 이 시점을 ‘기술적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라 한다. 이 기술적 특이점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있다. 테슬러의 CEO 일런 머스크는 “터미네이터와 같은 끔찍한 일을 현실에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관하지만, 구글의 전, 현직 CEO 들이나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을 돕는 기술이므로 겁먹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낙관한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점, 소셜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들은 인간을 감시하고 속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지능형 로봇의 사고 시 책임주체, 빈부격차의 양극화, 그리고 로봇의 윤리부재로 인해 인간이 처할 위험 등이 있다.

지능형 로봇이 야기할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아직 각국에서 준비 중이나, 가장 앞서 나간 유럽(EU) 의회는 2017년 ‘인공지능 로봇 결의안’을 채택하여 가이드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 요지는 인공지능 로봇에 ‘전자인간’이라는 법적지위를 부여하고, 인간의 사형에 준하는 킬링 스위치를 로봇에 부착해야 하며,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무를 확립한 것이다. 또 EU 안에 ‘기술과 윤리’ 그리고 ‘고용과 세금’ 문제를 다룰 기구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까지 찬동했다는 로봇세의 신설, 부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중화 시킬 기본소득제도의 도입 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인간 보호를 위한 사전조치로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윤리를 최대한 따르도록 알고리즘을 짜고 교육 시켜야 하며, 로봇 자신의 결정보다도 인간의 지시가 우선하도록 인지능력의 제한도 필요시 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그들의 창조물에게 불과 지혜를 주었지만 그를 이용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한 인간은 이제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미래에 안드로이드가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더라도 창조주 인간에게 도전과 위협이 안되도록 예방할 힌트가 여기 있다. 지식과 도구는 부여하되 지혜는 주지 말고 복종심만 심어 주면 어떨까? 기술적 특이점에 대해 긍정적 입장인 구글과 메타의 CEO 들은 매우 도전적이지만 그래도 에피메테우스의 속성은 그 안에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일단 저지르는 에피메테우스와 도전하는 안드로이드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