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초연결 5G는 결국 초경쟁을 불러온다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1967년 하버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은 아주 유명한 실험을 했다. 미국 중북부 지방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사람들에게 소포를 주고 그것을 동부 보스턴에 있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라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평균 5.2명 즉 6 단계를 거쳐서 소포는 보스턴에 도달되었다. 이 세상 누구라도 6단계만 거치면 다 연결된다는 ‘6단계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 법칙은 1998년에 물리학자 던컨 와츠(Duncan Watts)에 의해 수학적 모형으로 설명되었고 학술지 ‘네이쳐’에 발표되었다.
30억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은 4.74 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스탠리 밀그램의 ‘작은 세계 실험(Small World Experiment)’ 당시에는 연결 수단은 전화만 있던 때였고, 지금 이동통신 기술이 고도로 보급된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에 다시 실험 한다면 6단계 보다는 더 단축될 것이다. 유엔의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놀란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율은 99.8%이고,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로 단연 세계 최고이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에서는 3.6 단계만 거치면 모두 다 연결된다는 조사 결과가 하나도 놀랍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호모 커넥서스(연결인간; Homo Connexus) 국가이며 초연결 사회가 됐다고 말해도 된다.
인류의 연결은 일찍이 언어 사용에 의한 인지능력 혁명으로 시작되어,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만에 벨(Bell)에 의해 전화기가 발명되어 연결을 더욱 가속 시켰다. 주지하다시피 4차 산업혁명의 바탕은 ‘연결’이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핵심기술은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연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 IT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The Gartner Group)는 인터넷 기반으로 촘촘하게 연결되는 사회를 예상하여 2008년에 ‘초연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초연결은 5G에 의해 더욱 확실해 지고 있다. 5G는 5세대 이동통신기술 즉 ‘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의 약자이고 ‘New Radio’라고도 불린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의 공식 명칭을 ‘IMT-2020’로 정하고, “다운로드 최대 속도가 초당 20 기가바이트(Gbps)에 달하는 통신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2019년부터 보급되었고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전미(全美)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7대 기술 트랜드’ 중의 하나로 5G가 선정되었다. 5G가 어느 정도 발전된 기술인가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역사를 훑어보면 된다.
1세대 이동통신 즉1G는 1984년부터 시작된 음성만 가능한 아날로그 이동통신이다. 2G는1996년부터 기존의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켜 문자 및 이멜 등 데이터 전송이 가능했다. 2002년에 등장한 3G는 2GHz 주파수 대역의 무선 인터넷을 통한 양방향 영상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되었다. 4G는 3G보다 수십 배 이상 개선된 빠른 속도로 초당 1기가바이트(1Gbps)까지 전송할 수 있어 고품질의 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5G는 통신속도를 4G보다 20배 빠른 초당 20기가바이트(Gbps)까지 높여 초고속, 초연결 그리고 초저지연의 기술적 특성을 갖게 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된 것이다.
전파는 진동하면서 전진한다. 1초에 전파가 진동하는 수를 주파수라고 하고, 진동과 진동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고 한다. 주파수(진동수)의 단위는 헤르쯔(Hz)이고 파장의 단위는 미터(m)이다. 진동수가 클수록 즉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파장의 길이는 짧아지는 반비례 관계이다. 현재 우리나라 5G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3.5 GHz(기가헤르쯔)로 통신에서는 낮은 주파수(Sub-6Ghz)로 분류된다. 이 대역의 파장은 1~10cm이기 때문에 센티미터파(派)라 하고 FR1이라 부른다. 5G이지만 FR1인 경우, 4G 대비 전송속도는 20배가 아닌 4배만 빠르다. 여기에서 5G 이용자는 헷갈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부터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이용자들은 4G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는 기대감에 더 비싼 이용료를 내고 5G 서비스를 구매한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었지만 아직 FR1에 머무르고 있다.
4G 대비 20배 빠른 초스피드와 1평방킬로미터(km) 당 100만개 이상의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를 접속할 수 있는 초연결성을 자랑하는 진정한 5G통신이 되려면 28 GHz의 초고주파 대역으로 통신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대역에서의 파장은 1센치미터(cm) 이하이기 때문에 밀리미터파(派)이고 FR2라 통칭한다. 이 밀리미터파의 속성 때문에 현재 정부와 3대 통신사가 고민하고 있다. 밀리미터파는 센치미터파 보다 더 빨리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파장이 짧을수록 직진성은 강하나 회절성(回折性; Diffraction)은 약해 고층 건물 등 장애물을 에둘러 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기지국 등 통신 인프라를 4G에는 700~1000미터 마다 설치하면 됐으나, 5G 에서는 250~300미터 마다 즉 더 많이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이동통신사에게 생긴다. 밀리미터파는 다가오는 6G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완수를 위해 필요하므로 정부와 통신사는 투자를 예정 시간표대로 집행하여야 한다.
5G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초저지연(Near Zero Latency)이다. 휴대폰이나 PC 등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경우,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타서 오고 가는 시간을 지연시간이라 한다. 그 시간이 4G는 20밀리초(1000분의 20초)이나, 5G에서는 1밀리초(1000분의 1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스마트공장, 의료 시스템 등 실시간 제어와 피드백이 필요한 곳에 필수적 기능이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초저지연 기술은 제동거리를 짧게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 요소이다.
우리는 1970년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의 산업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잘 알고 있다. 5G는 4차산업혁명의 원천기술이자 산업간 융합을 유도하고 대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낼 속도 무제한의 정보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5G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5G 플러스’ 전략을 세워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해킹 방지 등 5G 융합보안 기술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과, 6G 시대를 대비한 연구와 투자도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민관의 당면한 과제라는 점이다.
5G의 특성인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은 필연적으로 여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융합하여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경계가 없는 초경쟁(Hyper Competition)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초경쟁의 환경하에서는 어떤 비즈니스이든 지속적으로 장기간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경계없이 융합된 산업에서 항상 새로운 창조적 혁신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가의 본질적 부담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초연결 5G는 결국 초경쟁을 불러온다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