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특이점 이후에는 포스트휴먼이 온다?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19세기 산업혁명 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 같은 걱정에 일어난 기계 파괴운동 즉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19세기 대륙횡단 철도가 건설 중이던 미국에는 전설같이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 건설회사가 증기 착암기를 현장에 들여왔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에 노동자들이 동요할 때 키 180cm에 90kg의 거구 노동자 대표 존 헨리가 나섰다. 기계(착암기)와 존 헨리 중 누가 구멍을 더 많이 뚫는지 시합을 해서 그가 이기면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말라는 제안을 했다. 존 헨리가 기계를 이겼다. 순간적으로 노동자들은 안심했지만 잠시 후 그는 심장마비로 숨졌다.

비록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물리적인 면에서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없고, 이겨야 할 대상도 아니다. 기계는 인간을 보조해야 하나, 필요시 인간과 기계는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이 진보되었다. 그런 생각은 1960년 한 과학자가 우주 탐사에 가장 적합한 존재는 인간과 기계의 혼합체인 ‘사이보그(Cyborg)’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사이보그는 인공 두뇌학 Cybernetics와 유기체 Organism의 합성어이다.

사이보그란 인간의 두뇌와 몸에 부분적으로 기계를 삽입 또는 부착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로봇이 아닌 인간이다. 사이보그는 1970년대, 로보캅, 600만불의 사나이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해 졌다. 현재 인공심장 박동기, 전자 의수와 의족, 인공관절, 인공혈액과 인공각막 등이 이용되고 있으므로 이미 우리는 사이보그화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좀 더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스마트 폰도 몸에 지니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몸의 일부처럼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젠 그것도 사이보그의 한 파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사물인터넷 등 기계와 긴밀한 인터페이스를 하면서 사이보그로 진화하고 있다.

사이보그가 아닌 한 육체적 능력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기계와 대결하지 않을 것이고, 인지능력에서도 알파고와 이세돌처럼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인간과 기계는 대결이 아닌 공존으로 간다. 공존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단순 반복적인 육체적 업무는 물론이고 복잡한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업무, 예를 들어 변호사와 의사의 일까지도 기계에 의해 점차 대체되고 있다.

인지능력 있는 기계 즉 컴퓨터가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기계’로서 인간 두뇌의 능력을 가지고 지적 영역에서 인간과 경쟁하리라고 최초로 인정한 사람이 영국의 수학자이며 논리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다.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튜링 머신을 개발함으로써 컴퓨터 과학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1950년 그가 고안한 ‘튜링 테스트’는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를 구별하는 척도로 지금도 쓰이고 있다. 1950년 당시의 컴퓨터는 집 채 만한 부피의 기계였는데, 그로부터 50년 후인 21세기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출현할 것을 미리 알고 튜링 테스트를 준비했다는 그의 천재성이 놀랍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은 칩을 인간의 뇌에 직접 부착하거나 또는 뛰어난 인공두뇌에 인간을 직접 연결하는 사이보그를 개발하려는 세계적 기업이 있다. 구글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 브린(Sergey Brin)은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꾸는 낙관론자들이다.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 하려고 구글은 도서관의 책을 전부 스캔하고 있다. 단순하게 검색 엔진 시장의 우위를 지키려는 노력만은 아니다.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특이점이 꼭 온다고 확신하고 있다. 구글은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데 특이점(Singularity)을 추구하는 많은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인간지능을 뛰어 넘는 기계의 개발이다.

일반적으로 특이점이란 기술이 지속적으로 완만히 발전해오다가 어느 순간 기하 급수의 폭발적 도약을 하는 시점을 말한다. ‘2005년 최고의 과학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의 저자이며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말하는 특이점은 “인간의 두뇌를 초월한 강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다른 컴퓨터를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는 시점”이다. 그는 그 특이점이 2045년에 온다고 여러가지 과학적 근거를 동원하여 추론하고 확신한다. 그 책의 부제는 <기술이 인류를 초월하는 순간>이라고 특이점을 간략하게 표현하지만, 실제 그의 관심은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하는 순간” 즉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한계 마저도 뛰어 넘고, 사이보그 보다 더 진보하여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의 단계’로 이르게 되는 특이점에 있다. 그는 GNR이 특이점으로 가는 사다리로서 인간을 불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GNR은 유전공학(Genetics), 나노공학(Nano Technology) 그리고 로봇(Robot)의 인공지능이다.

그는 컴퓨터가 인간 뇌에 대한 분석을 완료하여 인간 한 명의 지능을 추월하는 시점이 대략 2030년이고, 그후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친 것과 같은 성능의 슈퍼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이점에 대해 스티브 호킹 박사,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은 ‘인류의 재앙’으로 보고 비판한다. 실리콘밸리의 일부 전문가들도 그 특이점의 도래와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의 지배는 절대 오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특이점은 과학 기술에 대한 지나친 오만과 낙관주의적 환상이며, 더 늦기 전에 그런 기술의 개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인간의 뇌가 연구되는 상황과 현재의 뇌 과학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인간 수준의 강한 인공지능은 미래에 가능하다. 따라서 특이점은 그 세세한 발현 시기에서는 차이 날 수는 있으나 언젠가는 올 것이다. 쉽게 상상한다면 인간의 뇌를 복사하여 컴퓨터에 업로딩한 후 필요시 다시 뇌에 연결하고 노화된 신체는 사이보그 기술을 이용하여 교체 한다면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른바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등장이다.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개조한 인간을 지칭한다. 트랜스휴먼을 디자인함으로써 고통, 노화, 질병, 장애 그리고 죽음까지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 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구글의 후원 아래 ‘Singularity(특이점) 대학’을 설립, 운영 중이며 또한 구글의 기술총괄이 되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와 그의 생각은 일치한다. “특이점에 도달하면 기계가 일을 하고 인간의 삶은 여가를 즐기는 황홀경으로 진입한다. 그러면 인간은 트랜스휴먼을 넘어 포스트휴먼(Posthuman)이 된다.”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즐길 것 같은 포스트휴먼은 현 인류 호모 사피엔스과는 사뭇 다른 신 인류이다. 여기서 철학자, 과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법학자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이 향상된 포스트휴먼과 그렇지 못해 소외된 잉여인간과의 격차와 갈등은 어떻게 될까? 포스트휴먼도 인간으로 취급하고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하나?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이 부인되면 그 후 포스트휴먼 사회를 위한 새로운 질서는 무엇일까? 포스트휴먼, 그들의 오만과 방자함은 전통적 도덕성과 윤리의 파괴를 가져와 결국 인류는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하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마련해야 할 그 예방책은 무엇일까? <차주에 계속>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특이점 이후에는 포스트휴먼이 온다?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