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혜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받는 양은 제 각각 다르다!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큰 물고기는 작은 불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에서는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중인 만큼 초지능, 초연결, 초경쟁의 기업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인간과 기업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청소년기까지 인간의 몸은 성장하며 그에 따라 뇌도 커진다. 그 때는 변화가 흥미진진하니 가볍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서히 변화를 꺼려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습관, 자신감 부족, 현 상태에 대한 만족과 안정 지향성 그리고 기득권 등이 변화를 싫어하는 각각의 심리적 이유인데, 거기에다 모든 변화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믿으니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이 50 이후에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소극적으로 된다. 그러나 공자는 인생 말년 70세에서 주역(周易)과 춘추(春秋)를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성어를 나오게 했다. 공부도 변화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약 천 억 개의 신경세포 단위인 뉴런(Neuron)있고, 각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평균 7,000개의 시냅스(Synapse)가 있어 그것이 신경 전달물질을 토스하면서 뉴런 사이에 의사소통이 되게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뉴런은 나이들수록 소멸되기만 할 뿐 새로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의 뇌과학은 뇌 스스로 변화하고 교체하며 장기간 안 쓰는 시냅스가 있으면 용도폐기하고 새로운 용도로 재편성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뇌의 가소성(Plasticity; 可塑性)이다.

가소성이란 말이 어렵다면 뇌의 ‘유연성과 평생 발전 가능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뇌는 환경, 경험 또는 신체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고 평생에 걸쳐 새로운 능력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며, 자주 쓰는 부위는 계속 발달 시키고 안 쓰는 것은 퇴화시키면서 철저하게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뇌 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시냅스는 계속 만들어지며, 뇌간 물질을 활성화 시키는 지적활동, 창의력 발휘 또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뇌는 자극 받아 더욱 발전한다. 물론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갑자기 과도한 자극을 주면 부작용이 날 수 있지만 실제로 뇌는 평생 변화를 즐기고 기꺼이 변화에 순응하니 지적활동이 곧 안티애이징(Anti-aging)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뇌는 나이에 상관없이 그 노력을 지원해준다.

지금은 모든것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낯선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이다. 또 기대수명까지 90세로 육박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과거 지식과 경험 또는 기업의 기존 전략과 전통적 기업문화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려 한다면, 개인은 화석인간으로 여생을 살게 될 것이고 기업은 도태의 수순을 면치 못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검색어를 쳐서 관련 학술 문헌을 찾아내고, 그들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인 단어를 추려 내면 단연 “변화”가 압도적이다. 산업혁명은 일하는 방식과 환경의 변화를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생산성의 향상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 사고방식 그리고 인간관계까지도 변화를 몰고 올 것이므로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담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산업혁명이지 인간혁명으로 불릴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그 기본 무대인 산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총체적으로 크게 요약한다면 무엇일까?

첫번째 변화로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초연결’, ‘초지능’ 그리고 ‘기술융합’으로 인해 각 산업의 규모와 범위가 확장되면서 시장과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기존처럼 지역별로 차근차근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없고 단숨에 글로벌 시장 전체를 보고 신제품을 론칭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역이 확장 되었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예로 흔히 회자되는 것이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면 그것은 더 이상 기계산업의 꽃이 아니라 바퀴 달린 스마트폰 내지 가전제품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도 모호해지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되고 산업계 전반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은 더 확대된다.

둘째로, 경계가 사라진 토대 위에 디지털 경제가 더욱 심화되면 종국에는 거대 플랫폼 경제로 산업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그 플랫폼에서의 승자는 영향력의 승자이니 그가 창조한 시장에서 일시적 독점을 하며 모든 과실을 휩쓸어가는 독식의 짜릿함을 맛볼 것이다. 그러나 그 생태계에 실력 있는 자의 진입은 언제나 자유롭고 진입장벽은 없다. 그만큼 초 경쟁이다. 경쟁이 가열되면 승자는 그 시장을 지키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그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민첩하게 옮겨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그런 전략의 대표적 구사자이며 승자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반도체, 화장품, 제약 등 경박단소(輕薄短小)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또한 GAFA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모 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가 걱정하고 있다. 경영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자동차산업은 모든 산업의 어머니”라고 말한 적 있지만, 이제 자동차 제조업체는 새롭고 확실한 성장 동력을 향후 몇 년 내에 만들지 못하면 그렇게 전락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자동차산업의 현실이다. 이런 엄청난 파장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폭이다.

셋째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의사결정의 정밀성과 속도의 극대화이다. 이제 탁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은 어느 특정 경영자만이 가지는 천부적 재능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경영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픈되어 이용가능한 환경이다. 초지능 기술이 제공하는 사회의 공통 역량이므로 승부는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개별 기업가의 민첩성에 달려 있다. 고객 계좌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단순한 상품 광고지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그 고객의 일상생활을 파악해 다음 단계의 소비를 권고할 것인지의 판단은 민첩성의 한 예이다.

20세기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재벌그룹은 수직계열화라는 명분아래 모든 자원과 역량을 내부에 골고루 갖추어 놓았다. 건설회사를 모태로 한 그룹에 조선, 자동차, 가구, 철강, 증권 그리고 보험회사까지 다 갖추어야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플랫폼에서 자원을 공유하고, 거기에서 필요시에는 경쟁사라도 협력한다.

우리의 뇌는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한다. 이미 변화된 환경에서 내 자신을 변화 시키겠다고 상상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때 뇌의 더 많은 영역이 사용되므로 그 만큼 빨리 적응된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은 사회간접자본 인프라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용 가능하다. 다만 그 혜택을 얼마만큼 받을 지는 각 개별 경영자의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와 그에 따른 뇌의 변화에 달려 있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혜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받는 양은 제 각각 다르다!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