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질소의 순환과 토양오염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한다. 지구 물의 97%는 바다에 있다. 물의 분자식이 H2O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의 표면, 물 그리고 대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원소는 산소이고 그 비중은 약 50%에 육박한다. 그러나 대기만 따져 본다면 질소는 78%이고 산소는 21%이다. 질소와 산소가 99%인데 그 둘 사이의 비율은 모든 생명의 유지에 아주 중요하다. 대기 중 산소의 비율이 높아지면 산소중독으로 어지럼증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많은 물질이 불타 버릴 것이다. 산소가 21% 이하 즉, 질소가 높아지고 산소가 낮아 지면 질식(窒息)해 죽는다. ‘호흡(息)이 막힌다(窒)’라는 ‘질식’은 정상보다 더 많은 질소를 마신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질소(Nitrogen; 窒素)의 한자 표기에서 ‘막을 질(窒)’자를 가져다 쓰게 되었다.
질소는 모든 생명의 유지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원소이다. 단백질과 DNA, RNA 등의 핵산은 질소 없이는 만들어 질 수 없다. 그러나 대기 중 아무리 풍부한 원소일지라도 식물이 그것을 직접 흡수하지는 못한다.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흡수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질소고정(Nitrogen Fixation)’이라 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의 질소고정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번쨰는 뿌리혹박테리아 등 세균이 땅 속에서 암모니아 같은 질소화합물을 생성하는 것이고, 식물은 그것을 흡수하여 단백질을 만든다. 동물과 인간은 그 식물을 먹고 질소를 전달 받아 쓰다가 남는 것은 배설하는 것이 질소의 순환이다. 질소고정의 또 다른 방법은 번개가 공기 중 질소에 열을 가해 질소화합물을 만들고 그것이 빗물과 함께 토양으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천둥, 번개가 유별나게 많은 브라질의 토양에는 질소화합물이 풍부하여 비옥하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에 의해 피뢰침이 발명되기 전까지 천둥, 번개는 신의 징벌로 알고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번개를 관장하는 제우스는 최고의 신이고, 인도 신화에서도 인드라(Indra)가 번개의 신이며 전투의 신이다. 피뢰침 발명 직후, 프랑스 어느 도시에서는 피뢰침을 세운 사람이 신성 모독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번개는 공중의 질소를 땅에 뿌려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니 제우스나 인드라가 운영하는 일종의 질소비료 공장인 셈이다.
그러나 신의 비료 공장과 땅속의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질소의 공급량은 인구 폭발 시기에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통제하지 않으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서스(Malthus)의 ‘인구론’이 힘을 얻어 인구 억제와 식량 증산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시기에 질소가 비료로서 효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질소비료는 남미 태평양 연안의 볼리비아 영토였지만 불모지인 아타까마(Atacama) 사막에서 천연 광물 형태로 발견되었다.
아타까마 사막에서 생산되는 나트륨 질산염(NaNo3)인 칠레 초석(Chile saltpeter)은 비료와 화약의 원료였기에 그것을 확보하고자 칠레, 볼리비아, 페루는 4년간 ‘남미태평양 전쟁(1879~1883)’을 치루었고, 최후의 승자는 칠레가 되었다. 그 전쟁의 패배로 볼리비아는 태평양으로의 통로를 잃고 가난한 내륙 국가로 전락하였다. 그로부터 볼리비아와 칠레 관계는 악화되었고, 태평양 통로를 확보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 볼리비아는 지금도 해군과 군함을 내륙 호수에 보유하고 있다.
칠레 초석은 몇 년 동안 유럽에 식량 증산을 가져왔지만 고갈될 자원이므로 그 생산량에 한계가 있던 차에 그것을 대체할 획기적인 방법이 나왔다. 독일의 유태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는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꾼 질소비료를 1913년에 발명하였고, 그것이 식량 증산에 끼친 공적으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발명은 ‘인구론’의 공포를 제거해 주었고, 그는 ‘공기에서 빵과 폭탄을 만든 과학자’로 칭송 받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독가스 제조법을 연구하는 것에 반대하던 부인은 자살하였고, 그의 조국 독일을 위해 발명한 독가스는 히틀러에 의해 동족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데 사용되었다.
현재 지구의 인구는 약 80억명이다. 질소비료가 발명될 시점의 세계 인구가 20억명에 못 미쳤으니 100년 동안 4배로 증가한 셈이다. 반면, 그 동안 식량 생산을 위해 토양에 투여된 질소비료는 8배 이상 급증했다. 기체로서 질소는 무색, 무미, 무취에 무독성이다. 그러나 인류가 만든 질소화합물이 크게 늘어난다면 인류는 그 유해성의 질곡(桎梏)에 갇혀 ‘질식’할 수 있음을 질소는 깨우쳐 주고 있다. 즉, 질소비료의 과다 사용은 작물의 비정상적 성장을 가져와 쉽게 죽을 수 있고, 토양의 산성화를 유발하며, 흡수되고 남은 잉여 질소화합물은 지하수로 스며들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하천 및 강에 유입된 질소는 식물 플랑크톤을 과잉 성장시켜 생태계의 산소 부족과 또 다른 죽음을 일으킨다. 여러 질소화합물 중 동물과 인간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질산성질소는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질소화합물 중 디젤 자동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은 미세 먼지의 주범인데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디젤 가격이 휘발유를 초월한 상황이므로 휘발유 차보다 더 비싼 디젤 차는 시장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질소화합물에 의한 수질이나 대기오염 외에도 우리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토양오염이다. 토양오염의 원인은 과도한 비료 사용에 의한 것도 있지만, 농약, 유출된 기름 또는 중금속에 의한 오염 등도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대기오염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토양오염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진행 속도가 완만하며, 국지성이라는 속성이 있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점과 인간에 대한 피해가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1970년 대 후반, 미국을 공포에 떨게 한 러브 캐널(Love Canal) 사건은 토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와 입법을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의 독성 물질 매립지 위에 건설된 주택에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그 토양을 정화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과 함께 21년이나 소요되었다.
UN은 1981년 세계토양헌장( World Soil Charter)을 발표하여 “인류의 생존은 토양에 있다”고 천명하였고 12월 5일을 ‘세계토양의 날’로 정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좀 늦었지만, 1995년 토양환경보전법이 제정되어 토양오염 예방과 그 정화의 기본 틀을 마련하였다. 토양정화 기술에는 생물학적, 물리화학적 그리고 열을 가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열처리 방법이 있고, 그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등 폐기물과 오염 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달에서 가져온 토양에서 지구 식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며칠 전에 나왔다. 토양은 여전히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이다. 토양오염으로 질소의 균형을 깨는 것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것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이다. 토양오염에 소홀한 지금의 인류를 향해 일찍이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경고했다. ”우리는 발 밑에 있는 토양보다 천체의 운동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질소의 순환과 토양오염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