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Harassment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Harassment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인도와 중국은 엎치락뒤치락 1위를 경쟁하는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국이다. 17세기 인도 서부 대도시인 뭄바이(봄베이) 인근에 동가리 카파르(Dongari Kapar)라는 작은 도시가 있었다. 이 도시는 면화를 이용해 두꺼운 원단을 생산했다. 그 동가리 원단으로 만든 멜빵바지 작업복이 현재 ‘덩가리(Dungaree)’의 어원이다. 잘 찢어지지 않는 하늘색 동가리 원단을 배에서 작업복이나 돛 등으로 사용하려고 유럽 선원들이 사서 이탈리아로 가져 갔다. 상술이 좋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것을 가공하여 프랑스 항구로 수출했다. 프랑스 님므(Nimes) 항에서 이 원단이 날개 돋친 듯 잘 팔려 나가니, ‘님므 항에서 온 원단’이라는 뜻으로 ‘Serge De Nimes’라 불렸고, 줄여서 ‘De Nim’ 즉, ‘데님(Denim)’이라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19세기 중반, 골드러쉬(Gold Rush) 열풍이 캘리포니아에 일어났을 때,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군용 텐트로 납품하려고 많은 양의 데님을 확보하여 창고에 쌓아 놓았다. 그런데 청색(Blue)이라는 이유로 납품이 거부돼 전부 재고로 떠안게 되었다. 그는 데님의 처리를 고심하다가 금광의 광부와 농부들에게는 쉽게 찢어지지 않는 질긴 작업바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데님으로 바지를 만들어 팔았다. 그것이 리바이스 청바지의 유래이다. 데님은 청바지 원단이다.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청바지를 입는 데님데이(Denim Day)이다. 그 날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전세계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으면서 성폭행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로마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이탈리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한 항의가 데님데이의 시초이다.

1992년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은 16세 소녀가 운전 교습 중 강사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건에 대해 1998년 대법원은 “청바지는 피해자의 협조 없이는 가해자가 혼자 벗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여성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항의하기 시작했다.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은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2005년에 와서 이탈리아의 한 지방법원에서 ‘청바지는 순결보호장치’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깨졌고, 2008년 대법원에 의해 확정되었다.

데님데이에서 전파하려는 메세지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옷이나 행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자는 인식의 전환이다. 예를 들어 성폭력 또는 성희롱 사건에서 가해자 측은 피해자에게도 원초적 또는 유발적 원인제공 행위가 있었으니,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통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서 무언가 꼬투리를 찾아 물고 늘어지는 방어전략을 흔히 사용한다. 이는 동서양 공히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우월적 지위의 남용이며,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편향적 사고방식을 고집한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없이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체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을 말하며, 그렇게 하는 사람은 ‘성인지 감수성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을 수는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흉측한 괴물 메두사(Medusa)가 우월적 지위 남용과 성인지적 감수성이 전혀 없이 내린 판단의 피해자이다. 그에 대한 여러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있지만,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전한다. 메두사는 원래 아테네 여신의 신전에서 일하던 무녀였다. 그녀는 절세가인이었고, 최고의 관능적 매력 포인트는 아름다운 머리칼이었다. 그 매력에 빠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신전에서 그녀를 성폭행했다. 이를 알게 된 아테네는 자신의 신전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신성모독죄를 적용해 피해자인 메두사에게만 무시무시한 벌을 내린다. 그녀의 머리칼은 하나하나 뱀으로 변하게 했고, 입에는 멧돼지의 엄니를 심어 메두사를 괴물로 만들었다.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메두사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의 위력에 의해 성폭행 당했지만, 오히려 조직의 장으로부터 부당한 차별과 처벌을 받은 것이다.

조직내의 성폭력, 성희롱, 괴롭힘, 차별 등의 예방과 그런 사태 발생 시 신속, 적법하며 공정한 처리는 현재 공조직과 기업이 당면한 컴플라이언스의 한 분야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미투(Me too)’ 이후,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였고, 그것의 교육 및 예방에 관한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차별금지 법체계’ 안에서 직장내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과 성희롱을 짜임새 있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포괄적 개념의 ‘Harassment(괴롭힘)’는 인종, 종교, 나이, 국적, 성별, 장애 등에 근거하여 표출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므로 차별(Discrimination)로 간주되어 철저하게 금지된다.

우리가 통상 성희롱이라고 부르는 Sexual Harassment는 성(Gender)에 근거한 차별적 괴롭힘으로 Harassment의 한 유형이다. 그 외에도 언어적, 심리적, 신체적, 사이버상 Harassment 등의 유형이 있다. Harassment를 당한 사람은 다음 3가지를 지켜야한다. 첫째, 절대로 사적으로 보복하지 말아야 하며, 둘째, 동료에게 퍼트리지 말고, 셋째, 책임 있는 관리자에게 신고해야 한다. 경영자는 그가 임명한 관리자의 무능으로 조직내 Harassment의 예방 및 처리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해 법적책임을 지게 되므로 이는 경영상의 이슈로 비화될 수 있다.

경영을 쉽게 정의한다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이다. 만일 조직내에 성희롱이나 괴롭힘 또는 미국식 포괄적 개념의 Harassment가 존재한다면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차질이 생긴다.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대해서는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1906~1964)교수의 X와 Y 이론이 있다. X 이론은 인간의 본성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므로 경영자는 직원들을 밀착 감시하고 처벌하는 권위적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Y 이론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스스로 일하기를 좋아하고 창의적이며, 자아실현 등 고급 욕구가 있으므로 경영자는 임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등 자율적, 능동적으로 일하도록 관리방식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성악설과 성선설이다. 현대의 민주적 기업에서는 당연히 Y 이론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조직내에 Harassment 이슈가 있다면 Y 이론은 실행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 점이 경영자가 염두해야 할 관리 포인트이다.

경영자는 Y 이론에 따라 각 단위조직의 장에게 Harassment 예방의 1차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로렌스 피터(Lawrence J. Peter) 컬럼비아 대 교수가 승진에 대하여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다.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노출되는 포지션까지 승진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부장이 생산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였기에 생산부문 총괄이사로 승진하였는데, 그후 그가 맡은 조직의 성희롱이나 Harassment 이슈에 대해 미숙함과 무능력을 드러냈다면 안타깝게도 그의 승진 한계는 이사이다. 생산, 영업, 구매, 재경 등 각 부문의 장이 고유업무에서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지만, Harassment 문제에서 규정을 위반하거나 조직관리에서 역량의 한계를 노출시켜 물러나야 한다면 이 또한 경영학상 인적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모든 임직원이 Harassment에 대해 법정 교육 외에도 지속적으로 추가 교육을 받아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특히 성희롱에 대해서는 데님데이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셋을 유지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예방은 치유보다 낫고(Prevention is better than cure), 예방의 핵심은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 같은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철저하고도 반복적인 컴플라이언스 교육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선제적 조치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Harassment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