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영업비밀!
[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영업비밀!
옛날에 볏짚으로 신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아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부자(父子)가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짚신 엮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장터에 가서 짚신을 펼쳐 놓으면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먼저 다 팔리는데, 아들 것은 안 팔려 남기 십상이었다. 아들이 그 이유를 여러 번 물었으나 늙은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곧 세상을 하직하려는 찰나, 아들이 집요하게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아버지! 왜 내 짚신은 잘 안 팔리는 거죠?” 절명의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는 겨우 세 자를 힘없이 말하고 눈을 감았다. “털!털!털!”.
아버지는 짚신을 다 엮고 장에 팔러 나가기 전 화롯불에 삐쳐 나온 짚신의 잔털을 살짝 태워 깔끔하게 다듬어 판 것이다. 그 ‘영업비밀’을 평생 혼자만 간직하다가 죽는 순간 아들에게 겨우 전승한 것이다. 특허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67%가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약 9.5%는 영업비밀의 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또한 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매년 1,100여 건의 영업비밀 침해 범죄 사건이 접수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티비 ‘먹방’ 채널에 나오는 거의 모든 노포(老鋪)는 각자 나름대로의 비방(秘方) 즉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히 영업비밀을 많이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관한 비방 즉 레시피(Recipe) 영업비밀의 최고 신비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사와 2013년까지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던 C 콜라 회사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흰 양복에 두툼한 안경 그리고 인자하고 깔끔한 인상의 할아버지 마네킹으로 유명한 할랜드 샌더스(Harland Senders, 1890~1980)는 미국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다가 6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레시피로 프라이드 치킨 집을 차린 것이다. 성격은 괴팍했지만 청결을 음식 비즈니스의 제 1 덕목으로 삼았고, 가끔 의로운 행동을 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켄터키 주지사로부터 ‘대령(Colonel)’이라는 일종의 경칭을 받았다. 16살 때 잠깐 군에 근무 하다가 1년도 안되어 전역한 그의 실제 계급은 이등병이었다. 전 세계 23,000개 매장의 프라이드 치킨은 그의 손 글씨 레시피에 따라 조리된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K사 본사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30년이 넘은 C 콜라 원액의 재료와 조성비에 관한 레시피도 신비의 베일에 가려 있다. 많은 경쟁사들이 화학자들을 동원하여 그 재료 중 1%도 안되는 것의 원료가 무엇인지 밝혀내려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레시피는 은행의 대형 금고에 보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 회사의 CEO들은 ‘철통 보안’을 최고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급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자율주행차의 개발에 대하여는 구글, 테슬라 등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8년 구글의 자회사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직원 한 명이 우버로 이직했다. 그는 구글 자회사에서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를 연구하였고, 이직하기 전 14,000여건의 자료를 다운로드해서 우버로 간 것이다. 재판 중에 그가 자료를 다운로드 받는 영상과, “자율주행차는 승자독식의 시장이니 어떤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기술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우버 CEO의 말이 증거로 제출되면서 우버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입증되었다. 결국 2,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구글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재판은 마무리 되었다.
이처럼 모든 기업이 생명처럼 지키려는 영업비밀은 무엇인가? 2019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영업비밀 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이며,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라고 한다.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관한 다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정보라는 점의 입증이다. 이를 ‘비밀관리성’이라 줄여 말하는데 그것을 인정받아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이전의 부정경쟁 방지법에서는 비밀관리성을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가, 2015년 개정법에서는 ‘합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표현을 바꿔 그 노력의 강도를 완화하였다. ‘합리적’이란 말이 ‘상당한’이라는 말보다 노력의 정도가 약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내부적 관리 시스템이 허술한 실정과 ‘합리적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비밀로 관리’만 하면 영업비밀로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로 2019년에 완화한 것이다.
따라서 법정 공방에서 영업비밀 침해자는 ‘비밀로 관리되지 않는 정보’라는 점을 입증하면 민, 형사상 책임은 면할 수 있게 되고, 영업비밀 보유자인 기업은 회사 시스템으로 그런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서 보여주어야 한다.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한 선진국인 미국도 우리나라와 대체로 유사한 정의와 요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비밀관리성에서는 ‘상당한 노력(Substantial effort)’ 보다는 약간 낮은 단계인 ‘합리적 노력(Reasonable effort)’ 수준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는 더 철저한 비밀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일반정보와 영업비밀을 엄격히 구분하여 관리하는 인적, 물적 그리고 제도적 관리를 해야 한다. 임직원들에 대한 영업비밀 교육과 서약서 징구 그리고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가 인적 관리이고, 영업비밀의 보관 장소와 이용 제한 등이 물적 관리이며, 마지막으로 영업비밀의 등급 분류와 표시 그리고 규정의 제정 등이 제도적 관리에 해당한다.
영업비밀 중 일부는 신규성, 진보성 그리고 산업상 이용성이라는 3가지 특허요건을 충족하면 특허로 등록하여 물권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간이라는 유효기간이 있다. 그 이후에는 공개되는 정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꼭 특허로 등록하여 보호할 지 아니면 그냥 영업비밀로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여 선택하여야 한다. 만일 K 치킨이나 C 콜라가 영업비밀 대신 특허를 선택했다면 더 이상 신비스러운 레시피는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독점적인 수입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영업비밀이라 해도 타인이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못한다. 만약 그 타인이 특허까지 등록한다면 영업비밀을 먼저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그 사용을 제한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영업비밀의 고의적 유출행위는 점점 그 처벌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국외 유출은 국내 유출보다 그 처벌이 더 심하다. 민사상으로도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화에서 제우스가 잠자는 사이 불을 훔쳐 신이 아닌 인간에게 준 즉, 국외유출을 한 프로메테우스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 자체는 오늘날에 생각해도 중범죄로 다스려져야 한다. 그래서 그는 쇠사슬에 묶인 채 날마다 독수리에게 그의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사후 처벌보다 사전 관리노력이 더 중요하다. 제우스처럼 영업비밀을 옆에 두고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방심하는 우(愚)를 우리 기업들은 절대 범해서는 안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영업비밀!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