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 미국!
미국은 늘 전쟁 중이다. 매년 약 11,500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월남전에서 사망한 미군이 58,000명이므로 5년에 한 번씩 월남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어제 뉴스에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교포가 자신의 가게에 침입한 강도의 총에 피살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래서 한적한 교외의 멋진 집에 사는 미국인들은 대개 베개 밑에 권총, 침대 밑에 장총을 두고 잠을 잔다. 미국 인구에 거의 맞먹는 2억 8,000만 정의 총기가 개인 소유이다. “나와 가족을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내 총”이라는 자기방어의 신념은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 문화의 한 측면이다.
총기문화는 뿌리가 깊다. 독립 전부터 총기 소유는 개인의 권리라고 인식되었다. 독립 전 식민지에는 총기를 소유한 민간인으로 조직된 민병대(Militia; 民兵隊)가 있었다. 그들은 유사시 1분 내에 출동할 수 있다하여 ‘1분 대기조’ 즉, ‘Minute Man’이라고 불렸다. 우리가 군 복무 시 훈련 받던 ‘5분 대기조’ 보다 더 빠르다는 건 과장이지만, 그 절박성은 이해가 간다. 조지 워싱턴 장군은 민병대 덕분에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초대 대통령이 되었으니, 미국 헌법이 개인의 총기 소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후 빈번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그 폐해가 많지만, 총기 소유는 당분간 제한되지 않을 것이다. 2008년에 대법원은 개인의 총기 소유가 합헌이라는 최초의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총기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은 개인주의가 그 바탕이기 때문이며 그것의 표출은 자기방어권과 자기결정권으로 실생활에 나타난다. 경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으므로 사생활에서는 총기로써 자기방어권을 실현한다면, 직장에서는 노조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어 개인이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자기결정권이 ‘일 할 권리’ 즉, ‘Right to Work’의 한 기능이다.
‘Right to Work(이하 ‘RTW’라 약칭)는 근로자 개인이 노조 가입과 조합비 납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기결정권이 그 주요 내용이다. 현재 27개 주가 RTW를 법으로 인정하였고, 그 주들은 외국기업의 직접투자(FDI)를 유치할 때, RTW를 소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RTW가 있어 노조의 영향력이 타 주보다는 약하니 기업하기 좋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를 유치한다. 실제로 앨라배마, 애리조나, 조지아, 텍사스 주 등 한국의 초국적기업들이 직접 투자하여 공장을 지은 곳은 대부분 RTW가 있는 주이다. RTW는 입사의 조건으로 노조에 꼭 가입해야 하며 조합비 납부 의무가 있는 ‘Closed Shop’ 이나 ‘Union Shop’에 반대되는 개념의 ‘Open Shop’을 주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RTW는 미국 노동조합의 역사 및 법적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다. 아메리칸 드림과 개척자적 정신이 바탕이 된 개인주의로 인해 미국인은 태생적으로 부르주아라는 어느 학자의 분석이 있다. 부르주아적 사고와 행동은 자기결정으로 이룩한 개인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 노동조합의 집단적 사고 및 행동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민 사회이므로 노동조합도 유럽에서 유입되었다. 1869년부터 조직된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은 전국적 노동조합으로서 70만명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였으나 숙련공과 비 숙련공을 다 포함하며, 민간의 토지소유를 반대하는 등 사회 개혁적 성격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전통적 사고와 배치되므로 그들이 주도한 파업이 실패하면서 그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었고, 결국 1886년에 결성된 ‘전국노동총연맹’(American Federation of Labor; 이하 ‘AFL’)으로 대체되었다.
AFL은 숙련공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조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자율적으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기본목표로 하는 노동조합 연합체이다. 그러나 AFL은 인종차별을 인정하였기에 그 단결력이 약화되었다.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립할 때마다 백인 경영자들은 의도적으로 조합내의 인종 갈등을 조장하여 파업 등 단체행동을 무산시켰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비 숙련공의 실업이 증가하면서 그들도 가입할 수 있는 전국적 노동조합이 필요했고 그것이 1935년 탄생한 ‘산업별노동조합’(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이하 ‘CIO’라 약칭)이다.
정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자유방임적 태도 때문에 호황기에는 노조활동이 활발하고 불황기에는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1955년 경제적 호황을 배경으로 두 노동조합은 합병되어 ‘전미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합병당시 1,500만명의 회원으로 미국 노동자의 35%가 가입된 대규모였으나, 내부갈등으로 2015년 ‘트럭운전자조합(TEAMSTERS)’, 서비스노조 등 대형 노동조합들이 탈퇴하면서 점차 그 조직의 영향력은 감소하였고, 자연 그 회원도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2021년 기준, 미국의 노조가입율은 11%이며 이는 공공부문까지 포함한 통계이고, 민간부문만의 노조가입율은 6.1%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노조 가입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개인주의적 문화, 자본주의 존중, 그리고 사회주의가 약한 사회적 특성에 기인한다. 제도적으로는 각 사업장의 노조 가입 절차, 법적 개념으로 표현한다면 ‘근로자의 노조선택 절차’가 제도적으로 정밀하게 규정되어 있어 개인의 RTW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미국의 노조는 일종의 서비스 제공 회사와 같다. 근로자는 노동조합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산업별 또는 지역별 노동조합은 어떤 사업장 소속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집단적 위임을 받으면 ‘배타적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조지아 주에 신설된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이 있고, 아직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은 즉, 근로자들이 선택한 노동조합이 없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United Automobile Workers)이나 전미트럭운전자조합(TEAMSTERS) 등이 근로자들에게 접근 할 것이다.
우선 노조는 근로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흔히 ‘Union Card’ 또는 ‘Authorization Card’라고 불리는 위임장은 지정된 노동조합에게 근로자를 대리하여 사용자와 단체협상을 하라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근로자 30% 이상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노동조합은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 Board)에 신고하고, 그의 감독하에 근로자 전체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투표 일자를 받으면 노사 양측은 캠페인에 들어간다. 사측은 노동조합이 없이도 직접 대화하며 임금 등을 정할 수 있으니 굳이 노동조합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매월 일정액의 조합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캠페인 할 것이고, 노동조합은 그 반대의 논리를 펼 것이다. 최종 선택은 근로자의 몫이다. 만일 노동조합이 51%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그 노조는 근로자를 위한 ‘배타적 교섭대표’가 되는 것이며, 그 경우 그 사업장은 노조화 되었다고 흔히 말하게 된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여 공장을 가진 대부분의 해외 초국적기업들은 노동조합 없이(Union-free Company) 운영한다. 즉, 경영자들이 미국 문화와 그들의 정서를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니 근로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어떤 사업장의 ‘배타적 교섭대표 노동조합’ 선임 절차 전(全) 과정에서 공정한 심판관 역할을 한다. NLRB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 3권을 규정하는 연방노동관계법(NLRA: National Labor Relation Act)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NLRA는 어떤 노동조합이 특정 사업장에서 자기들이 배타적 교섭대표가 되려고 노력할 때, 즉 노조화 하려고 할 때, 사용자측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 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것을 줄여서 ‘TIPS’ 라 한다. 첫째, 노조에 찬성하는 종업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으로 위협하지 말 것(Threat), 둘째, 종업원들에게 누가 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지 말 것(Interrogation), 셋째, 반 노조 활동을 하는 종업원에게 어떤 보상을 약속하며 회유하지 말 것(Promises), 넷째, 종업원의 동향을 감시하지 말 것(Spying)이다. 만일 이것을 어기면 이는 사용자의 ‘불공정노동행위’가 된다.
최근 미국 젊은 세대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다를 수 있다. 밀레니엄 세대 근로자들이 많이 일하는 아마존이나 스타벅스의 일부 사업장이 노조화가 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들은 노조에 더 우호적으로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여 신규로 미국에 진출한 초국적기업들과 동반 진출 협력사들은 노동법을 잘 준수하는 기업문화를 조속히 정착해야 한다. 그리하여 근로자들에게 노조가 없더라도 그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성공적 공장 운영을 위해 필수이다. 일할 권리 Right To Work는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바라는 미국 문화로 오래 간직되길 바란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 미국!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