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인간존중의 알고리즘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인간존중의 알고리즘
인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숫자에 강하다. "0"의 개념을 창안하고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우고, 그 기반으로 IT 강국으로 부상해 실리콘 밸리에는 인도인이 30%가 넘는다. 로지컬(Logical)한 인도 사람들과 일할 때에는 알고리즘도 약간 신경 써야 한다.
우리 기업이 100% 그린필드 투자 허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입한 사례를 연구하고자 경영학 교수들이 인도에 왔었다. 필자는 그 성공 사례 첫 발표자였다. 행사 전 인도인 총무과장에게 ”비디오 찍어 보관 하세요”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발표자의 목소리, 청중의 질문, 박수 소리 등은 다 들리는데, 동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에 있던 발표 자료만 나왔다. 화가 나서 총무과장을 불러 따져 물었다. “역사적 행사이니까 식전 리셉션부터 발표자 모습, 청중 등을 다 녹화 했어야 지요. 어찌 스크린만 찍었어요?” 순간 그는 잘못을 인정하는 듯했으나 바로 반박했다. “그냥 비디오 찍으라고만 지시하셨지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의 어떤 장면들을 어떻게 찍으라고는 말씀 안 하셨지요?”
어이없는 반론에 ‘척하면 삼천리’가 안 통하는 문화 차이구나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알고리즘’ 오류였다. IT 전공자였던 그는 질책을 면하고자 창의성 없이 명령에만 따라 움직이는 당시의 컴퓨터처럼 내 알고리즘의 오류를 탓했다.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결과를 유도해 내는 단계적 규칙과 명령의 집합’ 이다. 입력을 하고 명령을 주면 그를 하나씩 수행하는 것이 알고리즘인데, 그 명령에 불명확한 것이 있으면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이 그 속성이다.
요즘은 알고리즘이 정교해져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알고리즘이 만드는 지능이 불편한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신기하게도 각 사용자의 취향을 알아 내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음 소비(영상)를 추천한다. 그렇게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고민없이 편리하게 소비하는데 길들여져 가면서 우리는 시나브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라 약칭) 시대에 들어왔다.
한편 미국에선 이런 불편한 상황도 일어났다. 대형 체인마켓에서 한 여고생에게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냈다. 여고생의 부모는 발끈하여 마켓에 항의하였으나 알고보니 딸이 임신 중이었다. AI 알고리즘은 여고생이 산 용품이 임신부가 주로 찾는 것이라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유아 용품을 추천한 것이었고, 가족도 모르던 여고생의 비밀은 의도치 않게 일찍 노출되었다.
알고리즘으로 생각이 자동화된 AI의 발전에는 이미 가속도가 붙었고 이젠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기에, 우리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어떻게 살아 남을지 궁리하고 있다.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의 요체는 이것이다. ‘곧 AI가 인간을 넘고, 인간의 일을 빼앗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 AI 가 실수나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손해를 끼쳤을 때 누가, 어떻게 민, 형사상 책임을 질 것인가?’
아직 AI 통제나 법적 책임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실히 정리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고, 설사 인간의 일을 대체하더라도 인간을 보조하는 파트너여야 한다. 인류는 지속적으로 생존해야 하므로 인본주의적 가치는 유지 되어야 하고, AI는 윤리적 통제하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면 AI에 대체 되지 않는 인간의 역할과 일을 유지하자면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까? 이에 대해 국내 최고의 AI 과학자로 알려진 김진형 교수는 ‘4C’ 능력을 집중적으로 배양하는 교육혁신을 강조한다. 4C란 비판적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그리고 협업능력(Collaboration) 이다. 특히 인문학을 통한 창의력은 인간이 AI를 리드하고 통제하는 핵심역량이라고 학자들과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4C 능력 함양은 비단 학교 교육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체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급박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문송합니다’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인문계 전공 대졸자의 취업문이 이공계나 상대 출신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관계로 그들이 취직문을 두드릴 때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 한다.
황당해서 ‘웃고픈’ 현실이다. AI 시대를 대비하는 4C 능력에 문과 출신이면 어떻고 이공계나 엔지니어면 어떻다는 말인가?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며, 혁신적이고 세밀하며, 윤리적으로 하자 없는 인간 존중의 알고리즘 개발과 그에 기반한 AI 운용은 철학, 미학, 심리학, 윤리학, 역사학, 논리학, 사회학, 종교학 그리고 어문학 등 문과 전공자라도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면 누구든지 잘 할 수 있다.
AI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통념과 규범 하에 존재하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인간존중의 알고리즘 — 인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숫자에 강하다. "0"의 개념을 창안하고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우고, 그 기반으로 IT 강국으로 부상해 실리콘 밸리에는 인도인이 30%가 넘는다. 로지컬(Logical)한 인도 사람들과 일할 때에는 알고리즘도 약간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