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지금은 융복합형 인재의 시대!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지금은 융복합형 인재의 시대!

군 복무 중 말년휴가를 나와 이른바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에 면접 시험을 보러 갔다. 주 면접관은 회사 사장이었고, 그는 12.12 사태로 강제 전역 되었지만 참 군인으로 존경 받던 고(故) J 장군이었다. 긴장 속의 긴 대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허겁지겁 화장실에 들러 면접장에 들어섰다. “어이 6번”하는 J 장군의 호명에 나는 깜짝 놀라 거수경례를 하다가 다시 엉거주춤 90도 인사를 했다. 그는 대뜸 소리 쳤다. “자네! 지퍼 좀 올려, 남대문 열렸잖아”. “죄송합니다”. “됐어! 가봐요!”. 그렇게 열린 남대문 사이로 나의 첫 면접은 날라간 듯했다. 그러나 합격했으니 다음날 회사로 나오라는 전화를 그날 오후 늦게 받았다.

다음 날 회사에 가보니 전날 왔던 지원자들이 그대로 다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다시 J 장군이 등장하고, 인사부장이 어제 면접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으니 오늘 집단토론을 하겠다며 각자 20분씩 발표할 주제를 칠판에 썼다. 그러자 지원자 중 한 명이 두 손으로 책상을 탁 내리 치고 일어나 욕을 했다. “에이! XX, 어제는 합격했다 해놓고서 오늘 다시 면접한다고? 난 이런 회사 안 다녀!”. 그는 비분강개 하며 나가버렸다.

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다. “저는 군 복무 중이라 준비를 못해서 이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실은 아까 저도 나가려고 하다가 여러분 발표 내용이나 듣고 배우고자 그냥 남아 있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제대 다음날부터 난 그 회사에 출근했다. 내 유일한 입사 동기는 “에이 XX”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이었다.

취업준비생들이 인터넷을 뒤지며 면접요령을 습득하고,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취업 시즌이다. 면접에서 채점기준은 각 회사마다 다르다. 그러나 핵심은 진솔한 지원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필자도 중역이 되어 주로 해외에서 현지인에 대해 많은 면접을 하고 채용하였다. 나의 면접기준은 J장군에게 배운대로 ‘진솔’이다. 면접에서 조리있게 말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기교를 부리거나 억지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지원자는 배제하였다. 과장과 허세는 금물이다. 지원자가 너무 다재다능함을 과시하는 것은 자칫 ‘재승덕(才勝德)한 인간’으로 비추어져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경탄하는 팔방미인, 다재다능한 역사상의 인물에는 삼국지의 제갈량,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있다. 이 세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 있는 현재의 기업에 동시에 지원했다면, 이 중 누가 채용되겠는가?

십여년 전에 서양의 분석적 사고와 동양의 종합적 사고를 아우르며, 학문을 넘어 실용, 예술, 종교 등에서도 삶의 조화를 지향하는 ‘통섭’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그러나 지식과 지성의 통섭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동양에는 ‘모든 사물의 이치를 깨닫아 궁극적인 경지에 이른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개념이 이미 있었고 그게 바로 통섭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그 한자 표현부터 ‘끌어와 모은다’는 통섭(統攝) ‘’인지, ‘통하여 건너 간다’라는 뜻의 통섭(通涉) 인지 논의가 있어 아직도 확연하게 통섭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대학에서 통섭보다는 좀 알기 쉬운 개념의 용어로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른다는 ‘융합’ 또는 ‘융복합’이란 용어를 쓴다. 융복합(融複合) 인재대학이나 과정을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 공대는 산학협력 공학인재 지원센터를 통해서 ‘공학 분야는 물론, 인문, 사회, 경영, 예술의 분야까지 포괄하는 솔루션 주도 Swiss Army Knife 형 인재양성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융복합 인재의 실제사례를 들어 보자.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AI와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개발에 막바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관여하고 있는 인재들은 단순한 IT, 전기, 소재, 기계 등을 전공한 엔지니어의 지식만으로는 필요충분하지 않다. 자율주행차의 법적, 사회적 의미와 책임, 그리고 소비자들의 심리, 정서, 주행 중의 행동 패턴과 선호하는 활동 등 인간 정신활동의 결과로 나오는 모든것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거나, 그러지 못하다면 최소한 그 분야 전문가의 분석과 주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그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융복합 인재이다. 결론적으로 융복합 인재는 자신의 전문성에 기초하여 타 전문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실력을 가지고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한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나 사상, 문화를 다루는 인문학(Humanities)은 통찰력(洞察力)을 기르는 바탕이다. 통찰력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자질이다.

이제 기업은 입사 지원자 면접에서 ‘진솔하고 통찰력 있는 융복합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다재 다능한 지원자가 많을 때 기업은 고민한다. 위 세 분의 지원자는 모두 훌륭한 인품과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딱 한 명만 선택하라면 아마 많은 기업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채용할 것이다. 그는 통찰력이 뛰어난 융복합 인재의 전형(典型)임을 이미 입증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각 대학이 가진 융복합 인재개발센터나 관련 조직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산학협력의 메카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지금은 융복합형 인재의 시대! — 군 복무 중 말년휴가를 나와 이른바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에 면접 시험을 보러 갔다. 주 면접관은 회사 사장이었고, 그는 12.12 사태로 강제 전역 되었지만 참 군인으로 존경 받던 고(故) J 장군이었다. 긴장 속의 긴 대기 끝에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