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혁신의 생태계, 플랫폼!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혁신의 생태계, 플랫폼!
신대륙 개척기에 이민 온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를 본떠서 전통적 형태의 도시(Polis)를 건설했다. 그들은 높은(Acro) 언덕의 중앙에 큰 광장을 만들고 그 주변에는 교회, 시청, 의회, 법원, 도서관 등 공공 시설을 배치했다. 상업지역은 중앙광장 바로 아래 낮은 곳에 만들고 다운타운(Downtown)이라 불렀다. 그래서 역사적 또는 개념적 도시의 이름에는 폴리스(Polis)가 접미사처럼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든다면 페트로폴리스(Petropolis),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첨단 고급기술의 연구개발 거점도시를 테크노폴리스(Technopolis)라 부른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위치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거대한 테크노폴리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1939년에 창업하여 성공한 벤쳐기업 1호는 휴렛패커드(HP)이고, 그들의 차고(車庫) 자리는 실리콘밸리의 발상지로 캘리포니아 정부가 사적(Historic Places)으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IT와 벤쳐기업은 잠깐 졸면 바로 죽는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현재의 생존자보다도 한때 명멸하다가 사라진 회사가 더 많다. 약 15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를 주름잡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IT 기업 4인방(Gang of Four)을 꼽으라 하면 단연,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그리고 델이었다. 그러나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4인방은 이론의 여지없이 ‘GAFA’로 압축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다.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되고 기억된다.
GAFA가 어떻게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한 줄로 설명하기 위해 2018년 7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에 한 단어 더 추가하여 인용한다면 이렇다. “구글과 애플은 당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페이스북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면, 아마존은 당신이 무엇을 구매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GAFA가 IT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주름잡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들이 ‘플랫폼(Platform)’의 최강자로 등극하였기 때문이다. 과거에 플랫폼은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아크로폴리스의 중앙광장 같은 것으로서, 거기에서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유통되며,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이 연결되어 공생하는 인터넷상의 생태계(Ecosystem)이다.
그 생태계라는 멍석을 깐 GAFA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사는지를 다 알게 되는 이른바 ‘빅 데이터’를 반대급부로 받고, 다시 그것을 분석하여 최강자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심지어 판매 수익의 30%에 해당하는 멍석 값까지 챙긴 경우도 있다.
플랫폼이라는 생태계의 운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 경제의 강자로 성공하려면 우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어릴 적 서울로 가기 위해 탔던 한적한 장항선 열차의 플랫폼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복선인 경부선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천안역의 플랫폼에는 호두과자, 가락국수, 삶은 계란 장수들과 신문팔이 그리고 구두닦이까지 모여 있어서 그야말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장터였다.
유용하고도 상호 보완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 가능성, 매력적인 커뮤니티 그리고 생태계인만큼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협업방식의 존재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플랫폼의 기본이다. 이렇게 GAFA의 생태계에 들어와서 그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중독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혁신을 보지 않는 한 빠져나가지 않아 GAFA의 영향력은 계속된다.
GAFA가 사용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있지만, 그들의 플랫폼을 시장경제적인 면에서 판단할 때 독점은 아니라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 주요 이유는 플랫폼 경제에는 늘 수많은 경쟁자가 있고, 최신 기술과 혁신의 정도에 따라 가격과 사용자는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창의력과 혁신은 기업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플랫폼이 성장함에 따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더 쉽게 실행될 수 있으므로 플랫폼은 혁신을 촉진하는 마당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플랫폼에도 부정적인 면은 있다. 이제 플랫폼의 도덕성, 악용, 폐해 또는 보안문제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이슈로 대두되었다. 기존 전통산업의 보호, 사회적 책임, 클릭사기 및 불법광고 방지 등의 문제로 정부의 고민은 깊어 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에 역행하는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그러지 않아도 GAFA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토종 플랫폼 기업을 생각하면 우리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전문가들은 GAFA에 의한 국내 사용자 정보의 국외반출은 결국 부의 유출이므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발전할 기반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크로폴리스의 광장이든 기차역 플랫폼이든 또는 가상의 생태계이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빠르게 움직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규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소한의 규제로 최대 다수의 행복과 혁신이 진작된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혁신의 생태계, 플랫폼! — 신대륙 개척기에 이민 온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를 본떠서 전통적 형태의 도시(Polis)를 건설했다. 그들은 높은(Acro) 언덕의 중앙에 큰 광장을 만들고 그 주변에는 교회, 시청, 의회, 법원, 도서관 등 공공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