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기업가에게도 구원의 아바타가 필요하다!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필자가 인도 생활 중에 접한 힌두 신들의 이야기(신화; 神話)와 우주관은 흥미롭고 논리적이다. 그 안에는 지금도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우주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유지되다가 수명이 다하면 결국 파괴되고 다시 생성된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이런 우주관에 21세기에 와서 비로소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오래된 관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아바타(Avatar)이다.

우주 삼라만상을 운영하고 보호하는 유지의 신, 즉 우주의 오퍼레이터(Operator)는 비슈누(Vishnu)이다. 그는 인간을 구원할 필요가 있으면 그 때마다 인간의 모습인 아바타로 세상에 출현한다. 비슈누의 아바타는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아바타가 왔다 갔고 앞으로도 또 올 것이다. 인류는 그 본성적 욕심으로 인해 언제든지 파멸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 위기의 순간에 구원의 아바타는 홀연히 나타날 것이다.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영화 ‘아바타’는 그 엄청난 공감으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암시한 ‘공공의 태몽’이었다고 한 영화 전문가는 평한다. 그 영화 중 종말과 구원의 상황에서 구원 받는 자와 구원받지 못하는 자의 스토리는 범세계적 정서와 공명한 것인데, 구원의 아바타가 백마 타고 와서 의인을 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인도의 신화와 상통한다.

이제 ‘공공의 태몽’대로 인류는 인터넷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그리고 그 세상에는 새 인류 아바타가 태어났다. 그러나 인류는 영화 내용과는 달리 자신의 아바타를 우주의 다른 행성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이 지구라는 별에 ‘가상우주’를 만들고 거기에서 활동하도록 뒤에서 조종한다. 또 지금의 인류는 현실 생활에서 조차도 여러 개의 페르소나(Persona)를 번갈아 쓰고 자신을 좀처럼 노출시키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인류는 이 ‘가상우주’ 속 자신의 아바타와 페르소나를 통해 ‘또 하나의 나’ 아니 ‘복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으므로 아바타의 상업화와 세계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가상우주’는 말 그대로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탄생한 메타버스(Metaverse) 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상황의 급격한 확대와 5G 상용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보다 더 진화된 메타버스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메타버스가 3차원의 가상공간인지 4차원의 가상 시공간인지 아직 통일된 정의는 없으나,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을 종합해보니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의 현실 활동을 가상 세계에서도 똑 같이 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인터넷 기술” 이라고 정리된다. 이 메타버스가 미래에 사람을 전부 빨아들일 듯한 강력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기존 사업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최근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명(社名)을 ‘메타(Meta)’ 로 바꾸었다.

인터넷 상 가상우주(메타버스)와 아바타, 신화(神話)속 우주와 비슈누의 화신(化身) 아바타! 참으로 절묘한 동서양 문화와 문명의 접목이다. 우주의 순환을 관장하는 신과 그 아바타는 인도에서 나온 신화이지만, 수 천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최신 인터넷 기술로 구현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예지적 각본이다.

사실 메타버스의 아바타 이전부터 우리는 매우 단순한 의미에서의 아바타를 창조하여 다목적으로 쓰고 있었다. SNS상에서 이모티콘(Emoticon)과 심리학에서 나온 페르소나(Persona)가 그것이다.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의 게임과 SNS 플랫폼에서 비대면 교류에 익숙해진 디지털 원주민인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더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상승하는 이모티콘의 이용률이 이를 증명한다. 이모티콘은 디지털 시대에 단순한 감정표현의 아바타이다.

이모티콘으로 충분히 표현 못하는 ‘대형 감정표현’은 그 전문 취급인이 따로 있다. 서울대학교 ‘트렌드 코리아 2020’에 따르면 “직접적 감정 표현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감정대리인이 성업하게 되는데, 애인과의 이별 또는 퇴사 대행 서비스가 그런 예” 라고 적시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감정대리인으로는 양반집이나 궁중의 상사에 등장해 상주를 대신하여 애절하고도 리듬 있게 울어주던 곡비(哭婢)가 있었다

또 복수의 SNS 플랫폼을 이용하는 젊은 디지털 원주민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탐닉하게 되면서 ‘유연한 자아(Flexible Self)’와 ‘모드 전환에 능한 자아’로 스스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그 실례는 복수의 SNS에 ‘본 계정’과 ‘부 계정’을 두고, 평소 원래의 나인 ‘본캐’ (본 캐랙터)와 가상 또는 새로운 나인 ‘부캐’ (부 캐랙터)라는 다중적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누리꾼(네티즌)의 증가이다.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의 대중화이다.

아바타와 멀티 페로소나가 개인의 다중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반면, 현실에서는 대면적 감정 표현에 약한 디지털 원주민들이 소비의 주류가 된 이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기업은 타겟층 고객이 선호하는 아바타와 교감할 수 있는 대응 아바타를 개발하여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를 대변하게 해야 한다. 또 마켓팅에서도 인간의 다원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AI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세워야 한다.

기업을 유지, 보호하고 혁신해야 하는 기업가는 메타버스에서도 지혜로운 구원의 아바타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적 트랜드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기업가에게도 구원의 아바타가 필요하다!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