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환 고문 매경칼럼 게재] 오팔과 MZ의 소통을 위해!
[진의환 고문 매경 칼럼 게재]
초등학교 학생이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여행 중이었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 도로변에 ‘노견 없음’이라는 한글 표지판이 있었다. 이제 막 기초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이 놀라운 듯이 말했다. “엄마! 이 동네에는 늙은 개가 하나도 없나 봐!”
서울대 공대의 어느 한 건물 모퉁이에 짜장면, 짬뽕 등을 먹을 수 있는 간이 식당이 있다. 그 식당 이름은 ‘공간’이다. Space라는 의미의 공간은 빌 공(空)에 사이 간(間) 자를 쓴다. 그런데 그 식당은 ‘공대생들이 간편히 먹고 가라’는 의미에서 장인 공(工)에 간략할 간(簡)을 써서 ‘공간;工簡’ 이라고 한자까지 병기해 간판을 걸어 놨다. 현재 MZ 세대 대학생 중 몇 명이나 그 점주의 메세지를 이해할 지, 보는 내가 좀 안쓰러웠다.
얼마 전에 한 정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타 정당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 라고 말하니, 그날 인터넷 검색창에 ‘무운’의 검색이 폭증했다는 보도를 봤다. ‘무운’을 검색한 누리꾼 중 대부분은 “왜 운이 없기를 바라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은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을 학교장 ‘재량 사항’ 이라고 방임하거나 또는 아예 없는 시대에 학교를 다닌 MZ 세대가 겪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떤 소리이든지 가장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문자생활의 혼란이 일어날까?
우리 말의 약 80% 정도가 한자어라는 점, 각급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개념어 및 과학용어가 한자를 알아야 쉽게 이해된다는 점 그리고 한자를 알면 어휘력과 응용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이다. 그들은 초등학교에서 600자 정도의 기본한자 교육을 제안하고 있다. 그 정도를 익히면 노견을 ‘늙은 개’로 이해하는 재치 있는 순발력을 보일 것이나, 중고등학교에서 1200자를 더해 1800자까지 배우면 ‘Road Shoulder’로 쉽게 해석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空間)이 그 공간(工簡)이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미소 지을 것이며, 정치인의 ‘무운’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검색하지 않을 것이다.
언어도 생물과 같아 시간이 흐르면 퇴화하고 변형되며,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 사멸되는 단어가 있는 반면 갓 생성된 신조어도 있게 마련이다. 심지어 어떤 언어는 찬란한 문화의 기반이었으나 이제는 사라져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라틴어와 인도의 산스크리스트어가 그 예이다. 라틴어는 로마 제국 상류층의 언어였고, 로망스(Romance)어 (이탈리아어, 불어, 스페인어, 포어, 루마니아어)의 원형이며 그리고 영어 단어 절반 이상의 뿌리이다. 그래서 혹자는 서구 문명 자체가 아예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찬반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죽은 라틴어나 산스크리스트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죽은 언어도 공부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면, 아직 우리 언어 속에 살아 있고, 표의문자로서 표음문자인 우리 글을 더 압축적이며 의미 분명하게 해주는 보완적 역할의 기본한자는 배울 만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Community)에서 신,구세대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장애에 대해서는 지난 세대의 책임도 크다. 1960대 말 한글 전용을 당시 집권자에게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이 한참 후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일관성 없는 한자교육 정책으로 인해 지금의 MZ 세대는 문자생활에 혼선을 빚고 있다. 그들은 우리 말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니 자꾸 그들 만의 신조어를 인터넷 상에서 퍼트리고 있으며, 커뮤니티에서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 = 5060세대) 세대와는 별도의 언어 사일로(Silo)를 만들고 있다.
기업은 내부에서 오팔 및 MZ 세대 등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장애 즉, 소통(疏通)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힌 것 없이 잘 통한다는 것이다. 상하, 수평간 그리고 신구세대간 소통이 잘되려면 우선 기업 내부의 보고문화부터 혁신되어야 한다. 디지털 원주민인 MZ가 익숙한 IT 기술을 활용한 보고문화의 혁신은 시대적 요구이다. 따라서 조직의 리더들은 파워포인트(PPT) 위주의 너무 많은 서류 작성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비 대면 그룹웨어(Groupware) 보고, 이 메일, 전화, SNS 등을 활용한 보고가 수시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보고문화의 혁신에 이어, 오팔이 MZ 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소통의 기술이 있다. 그것은 ‘목수의 말’을 써서 캔터베리 효과(Canterbury Effect)가 늘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상호작용(Interaction)과 피드백(Feedback)을 유도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목수 앞에서는 목수의 말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되도록 MZ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대화하고 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을 쓰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그에 이어서 얼른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데 그것이 캔터베리 효과이다.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horse)” 또는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라는 식의 일방적 대화는 캔터베리 효과를 막아 버리는 꼰대 방식의 전형이다.
신구 세대 간의 대화에서 캔터베리 효과가 나오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언어 수준의 동질화가 필요하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공감하지만, 만일 그 목수가 기업 조직의 일원이라면 그가 구사하는 언어의 품격은 곧 그 조직의 품격이므로, 목수의 어학교육을 권장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 어학교육은 우리 말의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고품격 언어구사를 목적으로 하는 한자교육일 수도 있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상응하는 외국어교육일 수도 있다. 개인이 구사하는 언어의 양과 수준은 그가 가진 개념적 사고와 창의력을 유지하는 그릇의 크기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기사원문: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오팔과 MZ의 소통을 위해! - 매일경제 (mk.co.kr)